brunch

눈치가 빠르면 좋을까

by Dr 정하늘의 Mecovery

1.

나는 눈치가 빠른 편이다.

이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좋은 점은 사회생활에 유리하다는 것인데, 새로운 조직에 들어갈 때 누가 실세인지 혹은 누구를 조심해야 하는지 딱 각이 나온달까. 대화 도중에 상대방이 원하는게 뭔지 저절로 회로가 돌아간다. 그럼 대화가 좀 수월해진다.

나쁜 점은 불필요하게 과자극에 노출이 된다는 거다. 예를 들면, 누가 기분이 나빠보인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데, 내 눈에는 그게 들어온다. 만약 그 사람이 나한테 좀 중요한 사람이라면?

이제 불안해서 안절부절하게 되는거다. 뭐지? 왜 기분이 안좋아보이지? 내가 뭐라도 해야 되나?


왜 이렇게 필요 이상으로 남 눈치를 보는 건지,

어릴 때 눈칫밥을 먹은것도 아닌데, 왜 그러는지 싫었다.

같이 큰 동생들은 눈치 하나도 안보는데.

나는 어릴 때도 엄마 아빠 눈치를 엄청 봤다.

그냥 엄마 아빠가 힘든게 너무 눈에 보였다.

그 덕에 공부를 열심해 했는지도 모르겠다, 동생들은 열심히 안했으니까.

쇼핑 하러 가서 뭐 사달라고 졸라본 적도, 원하는걸 말해본 적도 없으니까.

오죽하면 "눈치 안보고 쇼핑하려면 성공해야지, 그러니까 공부해야지." 라는 생각도 했을까.


어려서 사랑 많이 받고, 유복하게 자란 사람은 구김이 없다고 하지 않나.

그런 마냥 천진하고 맑은 느낌? 좋은 것만 보고 큰 사람들이랄까.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했다.

사실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도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는지까지 나는 모르겠지.

나도 겉으로 보면, 누군가에게는 구김없어 보일 수도 있을까?



2.

그러고보니 우리 남편은, 나보다 더 어렵게 자랐는데 눈치를 안본다.

그러니 눈치를 보는 사람만 화가 난다.

아니, 우리 남편도 속으로는 눈치를 보지만, 개의치 않는 것일뿐일까?

결국 마음 편한 건 자기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더러 왜 이렇게 자기만 생각하냐고 할 게 아니라,

나도 내 생각만 하면 되지 뭐.

만약에 그게 안되면? 그냥 살던대로 살면 되는거고.


근데, 남 눈치 잘 보는 사람이 무조건 돈은 더 잘 번다.

행복지수는 낮을지 몰라도, 돈 버는건 훨씬 더 유리하다.

하. 결국 내가 돈도 벌고 스트레스도 받아야 되나?

하는 이상한 결론에 다다르지만.

나랑 달라서, 마냥 해맑은 게 좋아서 남편이랑 결혼했으니,

내 선택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뭐,

남편이 눈치보라고 시킨 것도 아니니까,

내가 싫으면 안하면 되는거니까?








작가의 이전글유튜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