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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꿔봐야 아는 것

feat. 미지의 서울

by Dr 정하늘의 Mecovery

요즘 천재이승국씨에게 영업당해서 정주행중인 드라마가 있는데, "미지의 서울"이다.

일란성 쌍둥이인 미래와 미지가 잠시 인생을 바꿔서 산다는 설정이다.

박보영씨의 연기차력쇼도 중요한 포인트, 1인 4역을 한 셈이니까.

미래, 미지, 미지 흉내내는 미래, 미래 흉내내는 미지까지.


서로 인생을 바꿔 살게 되면서, 각자의 입장을 더 절절하게 느낀다는 것,

역지사지를 말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랄까.

이혼숙려캠프인가? 그 예능에서도 부부가 입장을 바꿔 상황극을 하게 하는게 있던데.

역시 상대방 마음은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어림짐작으로는 절대 알 수 없다.

인간의 뇌기능의 한계같은거겠지?


내 커리어 중에 가장 힘들었던 때를 꼽으라면,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진료교수로 일한 때였다.

지방대 출신이면서, 여자인 내가 그런 큰 병원에서 진료교수라는 직위를 얻을 수 있었던 것 자체만으로도 가문의 영광?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문제는, 자리가 새로 생긴 데다가 포지션도 애매했다는 것이다.

거기다 업무는 전혀 일면식도 없는 타과 교수님들과의 협업이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타과 교수님들로부터 약간 "얘 뭐지?"와 같은 대접을 받을 때가 몇번 있었는데..

(사실 그것도 그냥 내 자격지심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어쨌든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때 내가 과거의 나를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지 않았었나? 은근히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적 없을까?

없을리가 없지. 너무 많이 생각나서 힘들 정도였다.

입장 바꾸면 이렇게 기분이 .....바닥이구나.


사실,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그런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면,

똑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는건가?'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할테니까.

내 마음의 소리가 타인을 통해 재현되는 걸 보는 느낌이랄까.


신나게 거울치료를 받았으니, 힘든만큼 얻은 것도 있는 이력이 되었달까.

근데 사람이 점차 쪼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그런 환경에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항상 나 잘난 맛에 살았는데, 갑자기 내가 너무 작아진 느낌.

그때는 주변 환경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내 자존감이 낮았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1여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하게 다른 자리로 도망갔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어 힘들다면, 사실은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나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이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것이고, 본인 때문이 아니니 너무 괘념치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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