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혈관질환, 당뇨, 고혈압으로 상급병원을 다니시는 68세 여성분이 오셨다.
한달 전부터 종종 심한 어지럼증이 있다고 오셨다.
대학병원으로 가려니 당일 접수는 80명을 기다려야 된다고 해서 오셨다고.
그런데 드시는 약이나 어떤 이전의 진료 기록을 하나도 가져오지 않으셨다.
이렇게 말씀 드렸다.
혈액검사, 뇌 MRI 검사 시행해보시는게 맞지만,
이전 검사와 비교도 필요하고, 그동안의 진료 이력이 필요하시니
대기 하시더라도 큰 병원에 가서 하시는게 좋겠다고.
그리고 혈당 이슈가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당을 꼭 측정해보시라고.
오늘 혈압도 낮으시니 혈압약도 조절이 필요하실 수 있겠다고.
그런데 혈당은 200 넘지 않는다며, 혈압도 이병원에서만 낮은거라면서
자꾸 머리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신다.
그럼 혈당이 얼마정도 나오느냐고 물었고, 그건 모르겠다고 하신다.
혈압은 최근에 그럼 얼마정도 나왔냐고 물으니 모르신다.
그즈음, 내가 좀 답답한 표정이 나왔는지, 기분이 상하셨는지,
왜 그렇게 따지듯이 말하냐며 컴플레인을 하신다.
그래서 사과를 드렸다.
그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진료를, 제 입장에서 권고해드린 것일뿐이라고.
저도 이렇게 안따지고 주루룩 검사를 하면 그만인데
그렇게 검사만 쫙 해놓고 큰병원 가세요
- 라고 얘기하는 게 무책임하다고 느껴서 그렇게 말씀드린 것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좀 틱틱대듯한 느낌이 드셨다면 죄송하다. 저도 답답한 마음에 그랬다.
이런 진료를 보고 나면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진료를 하려는데,
사실 환자는 그냥 머리 검사가 하고 싶어 온 것이다. 그게 불안하니까.
그냥 검사만 진행하면 될 것을,
뭐 그리 멀리까지 보고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이런 진료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안맞는 분들도 있는데
매번 이렇게 에너지를 쓰다가 오히려 컴플레인을 들으면 기운이 빠진다.
나의 최선이 상대의 정답이 아닐 수 있다는 것.
나의 최선이 필요한 상대를 알아보는 것.
그 선을 어디에 두어야 되는지 아직도 어렵다.
그 선을 너무 높이다가, 역설적으로 내가 지쳐버릴까봐 두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