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중학생 때인가, 자물쇠를 단 일기장을 쓴 적이 있다.
정말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만의 비밀일기랄까.
그때 무슨 이유였는지 잘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튼 힘들었는데, 학기가 끝나기만 기다렸다.
얼른 새학년이 되어서 학급이 바뀌기를.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썼던 기억이 난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닐 거라면서.
어떤 상황이 너무 괴로울 때,
끝이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때가 있다.
끝날 것이라는 걸 알면, 시간만 지나면 되니까.
진료를 보다 보면, 어떤 상황이 너무 힘든 분들을 종종 본다.
직장,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끝을 생각해보시라고 말씀드린다.
지금 당장 어떤 상황으로 끝낼 수는 없지만,
plan B를 세워보시라고.
당장 금전적인 이유로 직장을 못그만두고, 이혼을 할 수 없다면,
어떻게 이 직장을 그만둘지,
어떻게 이혼을 하면 될지 plan B를 세워보시라는 것.
그 plan B를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
그럼에도, 끝을 모르는 경우는 많은 분들이 힘들어한다.
예를 들면, 어딘가 계속 아픈 경우.
대체 그 통증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로 힘들어 하신다.
혹은 자식 관계. 자식과의 인연은 끊을 수가 없으니까.
이런 경우 끝을 내겠다는, 여기서 벗어나겠다는 생각보다는 받아들이시라고 말씀을 드려본다.
이런 일이 나에게 생긴 의미를 찾아보시라고.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나는 어쨌든, 환자분들의 스트레스를 줄여드리는 게 목적이니까.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 맞기 때문에.
어떤 약을 쓰고, 어떤 좋은 걸 먹어도,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스트레스 앞에서는 무력하다는 것을 자주 본다.
우리 세대 부모님도, 아빠는 건강하고 엄마가 아픈 분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인 경우가 많다.
이 글을 보는 분들이 부디 편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