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우리집에는 엄마가 위인전집을 사다놓으셨는데, 도장깨기 하듯 읽었다.
읽은 책은 별표를 해두기까지 했는데. 얼마나 표를 내고 싶었으면 그랬나 싶다.
위인전은 읽다 보니, 위인이 아닌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유명해지고 싶은데,
아, 나도 위인이 되고 싶은데,
나중에 내 이야기로 위인전을 써야 되는데, 내 어린 시절은 너무 고난이 없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었다.
10살이 넘으면서, 나는 위인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10대후반 ~ 20대에는 드라마에 빠졌는데,
아, 나도 이런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아, 나도 이런 애절한 사랑을 하고 싶다.
남자친구가 드라마 속 대사나 서프라이즈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나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없구나 깨달을 즈음 결혼했다.
30대에는 SNS나 자기계발 책 속에 나오는 사람들 이야기에 홀렸다.
아,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
아, 다들 왜 이렇게 멋있게 살지.
그들을 선망할수록 내가 불행해진다는 것을 알았다.
40을 앞둔 시점이 되니 알겠다.
나는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한 것이다.
그 이야기라는 것은 내 일상과, 내가 오늘 만난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순간에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다면.
여전히 책, 드라마, SNS 속 컨텐츠를 보면서 영감을 받는다.
그러다 보면 종종 질투가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본다.
이 컨텐츠가 내 이야기를 어떻게 확장시켜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본다.
그러면 질투가 고마움으로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