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병원에서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서 머리, 목 MRI, 뇌혈관조영술까지 하고 머리에 보톡스도 맞고 별것 별것을 다 하고 약도 먹었으니 증상 호전이 없다는 환자가 왔다.
이럴 때는 정말 한숨이 나온다.
"저한테 어떤 걸 기대하고 오셨어요?"라는 소리가 먼저 나간다.
나는 또 재미없는 이야기를 한다.
수면, 영양, 스트레스, 삶에 대한 습관을 되돌아보셔야 한다고.
당장 좋아지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고.
환자의 표정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약도 없고 검사도 없어요?"
이미 할 것 다 하고 왔는데도 이런 질문이 나오면 정말 답답하다.
나처럼 확답을 즉시 주지 못하는 의사는 인기가 없다.
환자는 의사를 찾아올 때 전문가에게 답을 들으려고 오니까.
기대한 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설명을 아무리 길게 해도, 그래서 방법이 없다는 거에요? 라고 이해한다.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니까.
이건 마치 "어떻게 부자가 되는 거에요?" 에 대한 질문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부자가 되는 방법이 수만가지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핵심은 벌고 모으고 불리고 잘 쓰는 것이겠지.
건강해지는 방법도 수만가지 있겠지만 핵심은 잘먹고, 잘자고, 스트레스 관리 하고, 운동하는 것처럼.
그런데 대부분은 본인은 이미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준점이 주변이기 때문에, 옆에 사람과 비교해서 내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기서부터는 할 말이 없어진다.
원칙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매일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고민하고,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련다.
끝까지 생각하다 보면 조금씩 설득력이 높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