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땅에 맺힌
풍년의 곡식 낱알들은
그저 수많은 것들 중 하나이며
엘리트 집단에 둘러싸인 곳에선
한 사람의 지식이
그저 그런 시시한 자기자랑이 되고
거짓이 팽배하게 묻은 곳엔
절실한 진실 한 줄기가
무뎌지고 만다
우리는 혹
세대를 맞춰가야 한다는 명목으로
풍족해 보이지만
결국 주리게 되고 마는 것들에
스며드는 건 아닌지
남들이 이러니까
저런 식으로 살아내니까
나도 그 정도는 살아내는 게 당연하다는
그릇된 관점이 우릴 좀 먹게 하는 건 아닌지
지금 당장의 내 노력을
내 고된 몸부림을 대다수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여
뒤나 옆을 바라 봐가며 쉬어가는 일을
게을리하는 것은 아닌지
내 이름이 빛나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아닌
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곳에 머물며
필요를 채우고
누군가 내 도움을 받아
뱉어내는 한 마디 감사의 말에
자신 또한 감사해하는
약간의 미련함을 보이면 안 되는 건지
그 미련함 가운데 짓는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가면 안 되는 걸까?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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