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싫어한 남자, 비를 사랑하게 되다
비를 싫어했다
희뿌연 먹구름이 온 세상을 어둡게 하고
빛을 없앴기 때문이다
비가 오는 날엔
마음이 싱숭생숭해 어찌할 바를 몰랐고
감정이 이성을 잠식해 나를 잃어버리게 만들었다
시간이 흘러
난 웬일인지 모르지만
비를 좋아하게 됐다
바람에 실려 들어오는
빗물 향기를 흠모하게 됐고
이전엔 꿈틀대는 감정의 동요를 싫어했다면
이젠 그걸
즐기게 되는 마음에 이르렀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흠뻑 맞는 빗물 가운데
막춤 한 자락 움틔우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11월의 비는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의 결정체…
그런 비를 반가워하게 됐다는 건
마음에 여유를 담을 수 있다는 반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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