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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Dec 15. 2015

나는 바퀴 달린 의자와 한 몸입니다

나를 소개합니다

아침에 슬쩍 눈을 떠 밝은 빛과 조우하게 되면, 분명 어제 보았는데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마치 연인을 본 것처럼. 마음에 평안이 내 몸을 감쌉니다. 그래서일까요? 잠결에도 씨-익하고 미소 짓습니다. 다행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럴 때면 나는 하나님께서 나를 톡 하고 건드려 준다고 상상합니다. 그분의 손이 나로 하여금 오늘 하루를 살도록 돕는다고 말입니다. 



# 의미를 굳이 찾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나는, 삶의 의미를 굳이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아침에 나에게 찾아온 빛만으로도 감사하니까요. 오해하지 마세요. 난 그리 겸손하지도, 감사가 넘치지도 않습니다. 불평불만이 충만한 사람이지요. 제 안의 속 사람은 말입니다. 그러나 생각하면, 불평을 토로해봐야 나아지지 않는 것을 알기에 겉으로만이라도 감사하며 살려고 애씁니다. ㅡ 가식은 아닙니다. ㅡ 의미를 찾아나가는 건 굉장히 뜻깊은 작업입니다. 그러나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의 모자람을 매번 묵상하게 됩니다. 한계와 미궁이 내 앞에 놓입니다. 때문에 아까 이야기했던 한 줄기 빛만으로 감사하는 놀라움은 사라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나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지 않습니다. 



# 묵묵하게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나는 묵묵하게 살아갑니다. 내 주어진 환경에서 말없이, 되도록 기쁨을 심으려 노력하면서요. 내 영혼의 사명은 아마 ‘기쁨을 심는 것’일 겁니다. 타인이 나로 인해 웃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필요한 사람, 있어야 할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가끔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묵묵하게 살아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일 글을 쓰고 독자들과 소통합니다. 칼럼니스트로서의 직함도 갖고 있는 터라 무거운 책임감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꼭 알려야 할, 그리고 알릴 필욘 없지만 내 욕심 탓에, 알리고 싶은 것들을 함께 나눕니다. 그리고 가끔은 대가를 받습니다. 연필을 쥐는 일 이외에도, 마우스를 열심히 이리저리 굴리며 땀을 냅니다. 그리고 사람이 재산인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한 많은 이들과 교제하며 삽니다. 모두가 꿈을 위해 내달리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한계에 부딪힙니다. 왜냐하면 난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나는 바퀴 달린 의자와 한 몸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난 특별한 존재입니다. 인간이라면 응당 해야 할 직립 보행은 나의 평생 숙원이고, 보통의 삶을 염원합니다. 나는 바퀴 달린 의자와 한 몸입니다. 그게 나의 발이고, 내가 세상에서 살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두고 굉장히 처연하게 바라봅니다. 무시하고, 외면하고, 혀를 끌끌 댑니다. 이젠 뭐 그러려니 하는데 가끔은 안타깝습니다. 그런 이들은 자신이 공언한 말 한마디도 못 지켜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아마 평등 평화 사랑 화합 같은 멋진 단어를 내뱉었을 텐데. 당장의 현실도 잘 처리하지 못하니 그저 안쓰럽기만 합니다. 



# 나는 잘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잘나지 않았습니다. 바퀴 달린 의자와 한 몸이라 자기연민을 갖는 그런 게 아닙니다. 신체적 보통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나는 잘나지 않았습니다. 허나 이것만은 확실합니다. 모든 사람을 대할 때 내 사람인 것처럼 합니다. 진심을 다해 사랑합니다. 나와 몇 시간만 대화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나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던 걸 미안해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나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건 순전히 당신 몫이지만, 내가 이리도 확신하며 말하는 건, 당신을 향한 진심 때문입니다. 



# 오해는 걷어져야 합니다. 



나는 앞서도 말한 것처럼 잘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나와 같은 ‘바퀴 달린 의자와 한 몸’인 500만 명의 대한민국 특별한 존재도 다 같습니다. 그들 앞에 다가서면 나에게서 느낄 그것처럼 오해는 사그라질 것입니다. 도로 위 껌이 굳으면 딱지가 앉아 더럽혀지고, 바다 한 가운데 기름이 쏟아지면 그 물은 썩듯이 그렇게 되기 전에, 오해는 걷어져야 합니다. 



# 내 영혼이 풍성해질 줄 믿습니다. 



그렇게 오해가 걷어져 새로운 것이 마음에 들어오면, 아마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나와 모두에게 올지도 모릅니다. 내가 행복을 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것도 아마 이 작업을 함께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힘과 열성을 다해 이 작업을 해 갈 것이고 허락된다면, 이런 내 맘을 담은 책 한 권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후대의 아이들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날이 오면 정말 기쁠 것입니다. 그리고 내 영혼이 풍성해지겠지요. 자. 이제 제 소개는 이쯤 하고, 당신 이야기를 듣고 싶네요. origintears@naver.com 이곳으로 편지 주세요. 투박한 편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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