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B급브리핑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어릴 적, 저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1집부터 4집까지 1~2곡을 제외하곤 가사도 다 외워서 불렀고. 뿐만 아니라 각 앨범의 타이틀곡 같은 경우엔 안무까지 마스터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대로(?) 추진 못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전 아직도 뮤지션 서태지의 음악을 많이 좋아합니다. 아무튼 이다지도 사랑했던 그들의 음악을 ‘은퇴’라는 이름으로 듣지 못하게 됐을 때는 정말 서운하고 슬프기까지 했습니다.
짐작하시다시피 서태지와 아이들의 모든 음반은 물론이고, 타 가수의 음반 역시 마음에 들면 꼭 사야 했습니다. 당시에는 CD 플레이어보다 카세트 데크의 시대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카세트테이프 수집의 취미도 갖게 되었습니다. 끄떡하면 6~7,000원 하는 테이프를 사댔으니 짐작컨대 아버지의 허리가 굽으신 것이 그때부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끊임없는 수집에도 불구하고 욕구 만족이 안됐었나 봅니다. 그래서 다른 형태로도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바로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빈 테이프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녹음해서 듣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3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하시리라 믿습니다.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춰가며, 조금이라도 나은 음질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바늘 1mm의 차이로 수신이 잘 잡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됐던… 그날들이 떠오릅니다.
자. 그래서 오늘 (1월 10일), 추억과 감성에 젖으며 고른 말 ‘크게 라디오를 켜고’입니다.
생각해 보면 요즘처럼 음원을 구하기 쉬운 때가 없죠. 스트리밍과 mp3 다운로드를 넘어서 이제는 무손실 음원까지 흔해져 버린 이 시기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원을 녹음해서 들었던 날을 추억하는 것이 조금은 뚱딴지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을 두고 다른 점을 찾으라고 하면, 바로 ‘랜덤 성’이 아닐까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듣는다는 것은 사실 유행하는, 그러니까 소위 ‘핫’한 음악만을 골라 듣겠다는 결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러나 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J 및 스태프가 나와 소통하는 것은 아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DJ와 나의 교감이 같았을 때 느꼈던 전율. 그리고 녹음 재개 버튼을 누르는 떨리는 손길… 아마 이것이 그때와 지금이 다른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요? 풍족의 시대를 넘어 넘침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는, 이제 원한다면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굳이 DJ의 눈치를 보며 애간장을 태우지 않아도 되고, 음악 청취를 위해 국경을 넘는 무모함을 보일 필요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이런 상황이 비단 음악에만 해당하진 않습니다. 미디어 전반이 그렇죠. 각종 매체는 마치 홍수라도 난 것처럼 정보를 쏟아내고, 때문에 국민은 알 필요 없는 정보와 영상 그리고 거짓 뉴스마저 다 보게 됩니다.
근래에는 더구나 내가 원치 않아도 친구들의 좋아요와 리트윗 때문에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알아야 할 것과 보고 싶은 것을 취사선택하고 싶은 지금… 그 옛날 좋아하는 노래를 듣기 위해 이리저리 탐색 바를 돌리며 마냥 기다렸던 바보스러움이 오히려 자유로 느껴지는 것은 비정상일까 자문하게 되는
일요일 밤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및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