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B급브리핑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사람들은 한 해를 돌아볼 때 늘 아쉬워합니다. 그때 그리고 그 날이, 당시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었고 최고의 정열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돌이켜 보면 남는 건 언제나 이런 것들……
‘조금만 더 잘할 걸’, ‘조금만 더 천천히 나설 걸’ 같은 후회의 조각들뿐입니다. 연말이 되면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후회들. 과연 무엇 때문일까요?
이 명제에 대한 답은 아마 저 뿐 아니라 유례없는 지능을 가진 최고의 지성인이라 할지라도 풀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명제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하는 이는 없다 할지라도 이런 요인을 살짝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이유……
‘이뤄내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
이것이 모두를 매 해 말(末), 후회의 도가니로 물들게 하는 이유 아닌가 하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그렇습니다. 삶의 흔적은 무언가 열심히 몰두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 그 흔적 때문에 사람들이 박수를 쳐 주는 것이겠죠. 만일 흔적 때문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격려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습니다. 결코 한 개인의 삶을 대신 살아줄 방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증거자료를 딱히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람들, 그러니까 남들에 뒤처지지 않게 열심히는 살았으되 흔적을 남기지 못한 이들은 조금은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생각건대, 그들은 세상을 탓하거나 주위 여건을 탓하거나 혹은 자신의 존재를 탓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쓸쓸히 홀로 삼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정말로 그렇다면 해소 방식 자체는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옳으냐 그르냐를 판단하기 전에 왜 그들이 수없는 열심에도 뭔가를 이뤄낼 수 없었는가에 대해 주목하고 이해해야 하는 건 아닐까요?
노력보다 결과가 우선이 되고, 열정에 의한 땀보다 가시적 성과가 드러나는 세상, 그래서 내 옆 사람과 나의 차이는 결국 종이 한 장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망각하게 만드는 현실…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열등감의 꽃. 과연 그 꽃은 아름다운가 자문하게 되는군요.
‘12월 31일… 버텨내기 좋은 날’
오늘 B급 브리핑이 고른 말이기도 한 이 말은, 사실 저의 오랜 선배 지인이 제게 하신 말입니다. 그는 제 이름을 부르면서 “올해도 우리 버틴 것이냐?!”라고 물으셨습니다. 버틴다는 것이 하루하루 매 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가야 할 존재에게 어울리는 단어는 아닙니다. 그러나 매서운 세상이 우리가 살아낸 거친 순간들을 고생이라 여기지 않고, 단지 ‘그러니까 네 결과물은 어디 있느냐?’라고 추궁하며 물을 때, 이에 반(反)하는 버텨냈다는 한 마디는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든든함을 줬던 것이 사실입니다.
넌 올 한 해 뭘 하고 살았느냐는 위압감 어린 물음이 물러가고, 대신 자리한 한 마디는 저 뿐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모두에게 주고픈 한 가닥의 위로입니다. 인간의 존재 가치는 성과에 의해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귀한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오늘이 되길 바랍니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은 참 버텨내기 좋은 날입니다.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