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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r 19. 2016

인생의 미로

아빠는 거짓말쟁이일까?

태수 : 아빠. 19일 다음에는 뭐라고 해? 

아빠 : 응. 20일. 태수 너 숫자 아직 모르니? 



태수 : 아이~ 나 이제 숫자 다 알아. 안지가 언젠데 푸…

아빠 : 그래? 그럼 그걸 왜 물어봤어? 



태수 : 아니 숫자 말고. 다음날을 뭐라고 하냐고?!

아빠 : 아. 혹시 ‘내일’ 말하는 거니? 

태수 : 응응. 그거. 그거… 나 들었어. 그거 맞아. 아. 내일이라고 하는 거구나. 

아빠 : 그래. 태수야 아빠 피곤한데 태수도 이제 잘까? 아빠랑 같이.

태수 : 응. 아빠 내일 만나.

아빠 : 하하. 바로 써먹네. 그래. 내일 보자 태수야. 



(다음 날 아침)



태수 : 아빠, 아빠. 20일이 내일이면 21일은 뭐라고 해?

아빠 : 응? 그게 뭔 소리야. 20일은 오늘이고 21일이 내일인데 

태수 : 으~응.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아빠랑 잘 때 이야기할 때….

아빠 : 응? 어제 밤에 그래



태수 : 아빠가 20일이 내일이라고 했잖아. 그럼 21일이면 뭐라고 하는 거냐고?!

아빠 : 아니 이 녀석아. 왜 똑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들어. 어제가 19일이었으니 내일은 20일. 하루 지났으니 이제 오늘이 20일이 되는 거잖아

태수 : 치. 아빤 순 뻥쟁이. 거짓말만 해. 분명 20일이 내일이래 놓고 



그렇게 해서 태수에게 아빠는 거짓말쟁이가 되었다. 



이 부자(父子) 간의 대화는 별 것 아니지만 나에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아빠는 태수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아니다. 철저히 아이에게 진실만을 이야기했다. 세상은 이처럼 오로지 진실만을 이야기해도 용납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일도… 관계도… 뿐만 아니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 역시도. 



그렇다면 태수에게 잘못이 있을까? 엄밀히 말하자면 그건 더욱 아니다. 왜냐하면 아빠 말을 정말 순수하게 절대적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렇다. 어릴 적 우리는 부모님의 사랑을 먹고 자란다. 엄마 아버지의 사랑을 받으며 그분들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아이의 할 일이다. 


Labyrinth 



하지만 그 시간이 흐르고 흘러 어느새 어른의 값해야 할 때가 오면 내 몸을 책임져야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말이다. 동시에 그것 말고도 나이라는 그럴싸한 굴레를 만들고 그 나이에 비례하는 무게를 지고 살아야 한다. 



그게 오늘날 청춘과 부모의 이름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열심히 살아도 정체되어 있는 것 같고,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고. 또 내일은 나아지겠지 하며 오늘을 지내고 내일의 해가 나를 찾아도, 다시 내일이 아닌 어제, 아니 오늘의 태양이 뜬 것만 같은 거짓말 같은 삶. 소리 내 울고 싶어도 마치 낙오자인 것처럼 보일까 봐 쉬 울지도 못하는 어리석게만 보이는 사람들. 그 어리석음이 이해되는 이 마음은 왜인지. 



이렇게 복잡한 미로 같은 스테이지는 지금껏 단 한 명도 정복한 이가 없기에 기필코 내가 그 길을 찾아서 탈출 해보리라는 객기만으로 살아내기엔 조금은 힘겨운 듯한 인생사.  



커버 이미지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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