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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r 29. 2016

내가 프로레슬링을 보며 우는 이유

프로레슬링 칼럼 ④ - 그보다는 회상



1991 서바이버 시리즈 

그때 나는 어마어마한 파워를 뽐내던 

언더테이커를 기억한다. 

90년 데뷔 이래 최강의 힐 캐릭터로서 

자리매김했던 그가 1991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당시 WWE 최고의 전설이었던 

호건과 맞붙는다는 것만으로도 흥분됐던 기억이 난다. 



정말로 흥분해서 울기까지 했었는데 

울었던 이유는 그 누구라도 

테이커의 만행(?)을 말려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싱겁게도 테이커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24년 후 

레슬매니아에서 모습을 보인 테이커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의 이미지는 보이지만 

24년 전 그때의 모습과는 달리 

조금은 수척해진 모습에 누웠다가 다시 일어나는 그 멋진 동작을 

해 보일 때도 버거워 보인다.





그 누구라도 무너뜨리지 못할 것 같던 

철옹성의 사나이 얼티밋 워리어는 사나이 중의 사나이였고 

터프가이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그와 WWE 사이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다시는 돌아올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오랜 세월의 탓일까? 아니면 단순히 감정이 무뎌진 걸까? 

결국 그는 2014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고 

수 십 번을 “팬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팬들의 가슴속엔 영원히 워리어의 존재가 남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진심 어린 마음으로 

'영원'이란 단어를 외치고는 

며칠 뒤, ‘영원’ 대신 

‘추억’으로 남고 말았다.





“The Excellence of Execution” 

브렛 하트는 선수 인생 최고의 굴욕을 맛본다. 

일명 몬트리올 스크루 잡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 때문에 그는 빈스 맥맨에게 

침을 뱉고 WWE 링을 떠난다.





그러나 “절대 불가능은 없다.”란 말이 

존재하는 이 바닥의 규율(?)이 맞는 걸까? 

그는 2010년에 다방면에 뛰어난 선수 대신 

후배들을 위한 조력자의 역할로 돌아왔다.





‘위대한 자’ 

‘사람들의 챔피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가운데 가장 짜릿한 사나이’



더 락은 정말로 끝까지 

‘사람들의 챔피언’으로 남아 줄 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를 링에서보다 

스크린을 통해 자주 만난다.





WWE 역사상 가장 뛰어난 

언변술을 가졌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천상 엔터테이너인 그는 

이젠 역사의 중심축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마이크 잡이가 되었다.





WWE의 살아있는 역사 

다시없을 테크니션인 마초맨은 

그의 링네임과 같이 

지나치게 마초적인(!) 성격 때문인지 

WWE 내에서는 고집불통이었다. 

그러니 회사와의 관계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좋지 않았다.





그러다 전설의 그는 11년에 세상을 떠났고 

그로부터 4년 뒤인 

올해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었다. 

절대 일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일이었다. 



이처럼 내가 엔터테인먼트 따위에 

눈물 흘리는 것은 지극히 가벼워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에 언급한 선수들은 

내 어린 시절 강한 포스를 내뿜었던 이들이고 

무너뜨리지 못할 것 같던 인물들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이제 

뒷방 늙은이가 되었고 

멀리서 지켜보는 이들이 되어 버렸다. 

그런 점에서 늙음과 젊음은 한 끗 차이이며 

그다지 인생이 길지 않다는 점 때문에 눈물 흘린다. 

혹, 서러워서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젊음을 함께해서 좋았다. 

그리고 고인들의 안식을 빈다.





혹시 CM 펑크도 훗날 다시 돌아올 날이 있을까? 

‘It's Clobbering Time!’이라고 허세 좋게 외치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All Image Courtesy of © WWE.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2015년 4월 8일에 게재된 칼럼으로 PgR21.com, Wmania.net, 네이버 FTWM 카페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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