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링 칼럼 ⑥ - 그보다는 편지
세상엔 많은 드라마들이 있다. 종류와 가지 수, 국가별로 헤아릴 수 없는 양의 드라마들이 여러 매체를 통해 방영된다. 비슷한 듯 하지만 결코 같지는 않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오늘날의 드라마는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준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드라마가 있다. 바로 WWE. WWE가 어떻게 드라마냐고 하는 분들이 있을 줄 안다. 사실 WWE는 일반적인 드라마의 형태는 띄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보다는 스포츠라고 해야 맞다. 하지만 WWE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다. 왜냐면 그 속에는 ‘스토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혹자는 이렇듯 스토리가 있다는 이유로 스포츠 혹은 드라마가 아닌 ‘쇼’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내 나이 곧 서른 중반을 바라본다. 난 WWE란 드라마를 본 지 28년 정도 되어간다. WWE를 처음 접할 당시 나는 많이 어렸고, 어린 삶의 역사 가운데 본 적이 없는, 멋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보고 실로 충격을 받았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메인 메뉴는 레슬링이지만, 자세히 보면 권선징악도 있고 배신도 있고, 서로의 대한 인정도 있다.
어디 그 뿐이랴. 사랑과 이별, 눈물 같은 흔하디 흔한 재료도 있고, 별에서(?) 온 건 아니지만 도무지 알 수 없는 지역에서 온 두 형제가 갈등을 겪는 이야기도 담겨있다. 아까 어릴 적부터 이 드라마를 봤다고 했는데 이렇다 보니 오롯이 실제로 겪는 일로 여겼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시절 케이블 TV에서 이 드라마가 전파를 탔다. WWE의 놀라운 세계관을 알 리 없던 내 하룻강아지(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자부심을 나타내는 표현이니 이해 부탁드린다.) 친구는 어느 날 내게 WWE가 쇼냐?, 아니면 리얼이냐고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일정한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라고 이야기했고, 그 친구가 얘기한 ‘쇼’('Show')라는 표현은 삼갔다. 난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WWE를 가리켜 쇼라고 칭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었다. 그래서인지 조금 성장한 후에도 과거에 내가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쇼 따위’를 왜 보느냐며 내 신경을 긁었다. 그리고는 나를 이상한 녀석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작가가 집필한 지문과 말이 섞인 가상의 드라마에는 진지하게 몰입을 하고, 똑같이 스토리가 있는 WWE는 드라마로 인정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WWE를 보는 사람들을 평범하게 생각지 않는다. 물론 그 안에는 폭력과 거친 언행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좋은 영향을 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우리가 흔히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으므로 WWE 역시 사람들의 최고가 되고자 하는 심리를 다룬 하나의 드라마. 동일한 범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다.
오랜 시간 장수하며 내 곁에 있어 줘서도 고맙지만 내가 정말 WWE 퍼포머들에게 고마운 이유는 따로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루어진 난치병 어린이를 위한 ‘소원 들어주기’ 프로그램 때문이다. 어려운 친구들에게 찾아가 친구가 되어주고 위로해주는 일, 그것이야 말로 이 땅에서 꼭 지속되어야 하는 일이다. 여러 암(Cancer)이나 혹은 알려지지 않은 난치병을 앓고 있는 많은 아이들은 WWE Superstar들의 관심과 위로 속의 많은 힘을 얻고 있다. 나는 이 일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 역시 병마와 싸우고 있는 터라 아픈 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베푼 선행과 선한 마음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다음은 내가 WWE 공식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전문이다.
Dear WWE Superstars & WWE Staff
(모든 WWE 슈퍼스타와 스태프 분들에게 드립니다.)
Greetings to you all, My name is Jeesoo Ahn (people call me Rocky). I am from Korea and The First Ever #TeamBringitKorea Member:) I am the Biggest Fan of This Business.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 이름은 안지수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락키라고 부릅니다). 저는 한국사람이며 동시에 팀 브링 잇 코리아의 첫 멤버입니다 :) 저는 이 비즈니스 사상 제일가는 팬이기도 하죠.)
I am fighting a disease called Cerebral Palsy. Even though it is not as life threatening as other diseases like Cancer, for example, it is nontheless a very difficult disease to fight against.
(저는 뇌성마비라고 불리는 질병과 싸우고 있습니다. 비록 암과 같은 질병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지만 이 병에 대항하여 싸우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My dream is to meet wrestlers in person and I wonder if I could be invited to America to fulfill my dream. If I am invited to go to America I would take the opportunity to bring public awareness to Cerebral Palsy and would publicly thank all of you for your support. My presence would also highlight how much you value your fans.
(저의 바람<꿈>은 여러분이 살고 있는 미국으로 초대받아 여러분을 만나는 것인데 가능할지 궁금합니다. 만약 제가 그 기회를 갖게 되면 뇌성마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의 대해 선포하고, 여러분들이 제게 보내주신 지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할 것입니다.)
I will be 32 years old this year so I know that the fights are not real. I realize they are part drama and part strenuous athletic performace. I therefore respect both WWE Competitors & Superstars. I hope to meet as many of you as I can.
(저는 올해 만 32살입니다. 그리고 이 싸움이 결코 사실이 아님을 알며 격렬한 드라마의 일부임을 압니다. 드라마이지만 저는 WWE에서 경쟁하는 이들과 슈퍼스타를 존경합니다.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If I get the chance I would particularly like to meet the following athletes:
(제가 기회를 얻을 경우 특별히 만나길 원하는 분은)
1st Dwayne The Rock Johnson
2nd Daniel Bryan
3rd John Cena
4th The Authority
5th Paul Heyman
(드웨인 더 락 존슨, 대니얼 브라이언, 존 시나, 어쏘리티, 폴 헤이먼입니다.)
But to be completely honest there are many more professional wrestlers I would like to meet on my "wish list" lol
(하지만 솔직히 말씀드려 이 분들 말고도 더 많은 분들이 제 위시 리스트에 있습니다. 크크)
Thank you for the entertainment you offer and for the attention given to this letter.
(이 편지에 관심 가져 주셔서 고맙습니다.)
Sincely. Rocky
(락키 드림)
Modified by Jorge Sayegh
(Jorge Sayegh 수정)
All Image Courtesy of © WWE.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2015년 5월 11일에 게재된 칼럼으로 PgR21.com, Wmania.net, 네이버 FTWM 카페에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