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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r 29. 2016

올해의 로열럼블과 현재의 WWE

프로레슬링 칼럼 ⑨ - 신랄한 비판

오래전에 쓰려고 했던 칼럼입니다.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삭제하고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 퇴고를 많이 한 이유는 쓴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여간해서는 팬심 때문에 쓴소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게다가 해봐야 들리지도 않을 메아리지만, 그래도 해야겠습니다. 



■ 빈스맥맨의 눈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전 빈스맥맨을 참 좋아합니다. 언제나 그의 눈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틀리더라도 곧바로 수긍하고 바꿨지요. 어쩌면 팬들이 그리워하는 애티튜드 시대 흥행의 공(功) 또한 그의 몫이 큰 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했죠. ‘레슬링 비즈니스는 한 회 흥행에 연연할 게 아니라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적어도 이전에 체어맨의 눈은 그랬습니다. 제 안목이 틀리지 않다면요. 하지만 요즘은 다른 생각이 듭니다. 과연 내가 알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그는 지금 일희일비하고 있고, 조급해하고 있습니다. 큰 그림은 잊고 당장의 흥행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젠 전혀 기대가 안 되는 어소리티의 지배 스토리, 보석 같은 디바들을 흐지부지 만든 디바스 레볼루션 각본, 지글러와 라나의 콜라보, 타일러와 써머 등 별로 짜임새도 없고 흥미도 없는 거리들을 나열해 결론적으로는 인력낭비가 되어버렸습니다. 




■ 자기 사람 감싸는 수장

▲ 빈스맥맨의 신임을 얻은 로먼 레인즈.





이 뿐만 아니라 빈스는 자기 사람 감싸기에 바쁩니다. 로먼 레인즈, 단언컨대 로먼은 차세대 WWE를 이끌어 갈 스타였습니다. 그는 언젠가 정상급 슈퍼스타가 될 수 있는 자질이 있던 선수였으며, 뿐만 아니라 어쩌면 더 락과 동급이거나 혹은 그를 능가하는 스타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러나 WWE, 아니 빈스맥맨은 존 시나 1인 체제나 혹은 파트타임 레전드로 유지하는 것에 위기를 느꼈는지 그를 정말 급진적으로 부각시킵니다. 로먼은 단순히 사모아 가문에서 태어나 특혜를 누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인터뷰를 통해 증명하듯 그의 레슬링 사랑은 대단합니다.



▲ 세스의 배신으로 와해된 실드.





하지만 로먼이 대중의 사랑을 받을 만한 시간은, 실드에서 파워하우스의 역할을 감당할 그때였습니다. 그가 딘, 세스와 함께 있을 때 선보인 분노와 증오의 캐릭터는 빛을 발했습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세 사람의 케미가 잘 어우러진 것이지요. 세 사람이 각자의 길을 간 이후, 로먼은 더 많이 다듬어져야 했습니다. 무조건 적인 푸시가 아닌 납득이 갈 만한 푸시가 어울렸던 겁니다. 예컨대 대형급 선수들에게 무참히 깨져도 보고, 오프 카메라에서의 마이크 웍을 연마하는 등. 과정이 있어야 했다는 말입니다. 물론 두 가지 모두 짜인 스크립트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대중의 납득입니다.




▲빅 카리스마 로먼.



어차피 WWE라는 단체가 시나리오 중심이라면, 그리고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곳이라면 이 정도의 노력은 기울였어야 되는 것이 아닌가 싶군요. 그도 그럴 것이 세 명의 몫을 혼자 감당해 내야 하기 때문에 더 살벌한 트레이닝이 있었어야 옳습니다. 실드 당시의 강력함과 과묵함은 유지한 채 의미 없는 턴 페이스는 진행되었고, 원인 모를 잘 나감이 오히려 반감의 화살로 되돌아 왔습니다. 단조로운 경기 패턴과 “난 무적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포호 이후 링을 정리하는 식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구와 겨뤄도 지는 법이 없으니까요. 그런 단조로움을 탈피하기 위해 요 근래 빈스맥맨의 출연이 있었으나 그마저도 다 띄워주기 위한 방편일 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했죠.



▲ 빈스의 빅 플래너 로먼 레인즈 좌(左)와 브라운 스트로우먼 우(右).




또 한 명의 빈스의 사람. 브라운 스트로우먼, 그는 빈스의 빅 플랜 가운데 있지만 사실 이젠 빅 가이들의 무조건적 푸시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레슬링 팬들도 나름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터라, 빅맨이라 하더라도 푸시받을 이유는 존재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선수들의 운용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닐까?

▲ 관중들로 하여금 환호받는 이들. 순서대로 딘 앰브로즈,  AJ 스타일스,  네빌,  케빈 오웬스,  세자로,  새미 제인, 타이슨 키드

  


회사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내세운 카드가 대중의 호응을 얻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테지만 만일 그렇지 않은 때가 온다면, 자신의 생각을 접고 대중의 눈을 믿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대중은 이기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이 성사되면 권리인 것으로 착각하는 일도 생기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워쳐들의 눈을 믿어보는 것 또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케빈 오웬스, 세자로, 타이슨 키드. 딘 앰브로스, AJ 스타일스, 네빌, 대니얼 브라이언 같은 대중들이 환호하고, 환호받아 마땅한 선수를 메인에 두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대중은 기술이 화려하거나 풍부한 퍼포머들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레슬링을 잘 이해할 만한 이들을 원하고, 그들이 만들어 가는 그야말로 진짜 레슬링을 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선망하는 스톤 콜드, 더 락 같은 선수들은 결코 기술이 화려하거나 풍부한 자들이 아닙니다. 링에서 뛰어노는 방법을 아는 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환호하는 것입니다. 관중들의 환호에는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적절한 선수 운용과 적당한 시나리오는 모두로 하여금 짜릿하게 하는 쇼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쇼 오프입니다. 현재는 많은 선수들의 부상으로 난항을 겪고 있으나, 만일 그 선수들이 돌아오면 선수의 기믹 및 포지셔닝 재정립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한 스테이블 확충과 모호한 대립을 지양하고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버는 위대하지만 영원한 자버도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 로열럼블의 실패

▲ Triple H! Why?!, Why?!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로열럼블’ 매치로만 판단해도 이번 로열럼블은 실패입니다. 성공한 것은 AJ 스타일스 하나입니다. 전혀 로열럼블 특유의 긴장감은 존재하지 않았고,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트리플 H는 이 업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터프함을 가진 사나이입니다. 그가 등장함과 동시에 관중들은 환호했고, 너나 할 것 없이 ‘트리플 H'를 연호했습니다. 그러나 로열럼블 위너가 그로 결정 나는 순간 모두는 짐작 가능합니다. 



‘아, 로먼을 위한 복선이구나.’하는 것을 말입니다. 



다 좋습니다. 로먼도 최고가 되어야죠. 이해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왜 트리플 H가 개입되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선수들의 부상으로 악재를 겪고 있어 힘든 부분 이해합니다만 이대로 가면 레슬매니아 흥행이 걱정입니다.



■ 끝으로… 사족(蛇足) 



오늘 아침 보기 싫은, 아니 믿기 싫은 트윗을 보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를 끝으로 두서없이 길기만 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대니얼 브라이언의 은퇴, 철저히 선수밖에 모르던 사람, 레슬링밖에 모르는 바보, 우린 그를 보내야 합니다. 제 트위터 프로필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 필자의 트위터 프로필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 그의 트위터에 제가 남긴 말입니다.

▲ “거짓말 마! 대니얼...!



거짓말 같습니다. #고마웠어요예스맨

▲ “땡큐! 대니얼...!”



All Image Courtesy of © WWE. All Rights Reserved. & Twitter Screen Captured. 



이 글은 2016년 2월 9일에 게재된 칼럼으로 PgR21.com, Wmania.net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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