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세 가지 모습
그대는 왜 떠났나요? 머물러 있었어도 되는데… 굳이 왜? 애초에 불공평한 거 아닌가요? 당신은 단 한 번도 내게 오지 않았고 마음 한편에 담은 적도 없죠.
그런데 왜 그랬어요? 왜요? 바람에 꽃잎 흩날리듯… 잠시 왔다가 떠나는 바닷물처럼… 그렇게 와 놓고 왜?!
그댄 나에게 빚을 졌어요. 억울하게 누명을 씌웠죠. 가만히 있는 내게 마치 커다란 거울로 반사시키듯 형언 못할 광채 내뿜어놓고, 그게 당신 짓인지 안 순간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죠.
아이러니하게도 그 빛을 잊지 못해 여기저기 헤맬 땐 세상은 나를 향해 미친놈이라고 했어요 그런 비아냥 쯤은 상관없었어요. 그 빛… 그 빛은 내게만 비추었고 나만 봤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실컷 비웃으라고 해요.
난 사막 한 가운데서 물을 찾는 방랑자처럼, 넓은 동굴 속에서 빛을 찾는 광인(狂人)처럼. 그때의 기억을 찾아 헤매었죠. 그 빛은 내 삶의 이정표였고 목적이었어요.
이기적인 당신 행동 용서할 수 없었지만 다시금 볼 수 있다면 모든 기억 다 지우려고 했어요.
절실함
목마름…
그 어떤 단어로도 내 맘을 다 이야기 못해요.
그런데 왜!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내 곁에서 영원히 숨나요?
이제와 그 빛은 내가 원한 것뿐이라고, 아무 잘못 없다고 발뺌할 건가요?
내가 쫓았으니 당신은 아무 잘못 없다? 그래요. 그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난 억울해요 난 내 자리에 가만히 있었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 빛ㅡ
…
빌어먹을 그 빛 때문에, 당신이 그 빛을 비췄다는… 아니 그 빛 자체임을 깨달았을 땐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어요. 그런데 왜 굳이 날 떠난 거죠?
둘이 되려고?
아니면 다른 존재가 되기 위해서?
...
아직도 그 빛은 내게 고스란히 남았고
그대의 향기도
그대 영혼이 내게 미치는 영향도 그대로인데
굳이 왜?
하나 인적도 없던 우리가
떠난 모습으로
다른 모습으로
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건가요?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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