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B급브리핑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얼굴
흔히 타인을 판단할 때 제일 처음 보게 되는 곳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얼이 드나드는 굴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얼굴은 그 사람의 됨됨이와 마음씨를 노출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의 얼굴(?)은 잘나고 못남을 가르고 사람의 잠재력까지 판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뭐 미인은 항상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각광받았지만 말입니다.
외적인 모습이 주는 영향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자아를 변화시키고 고유의 캐릭터까지 변모시키는 마법 같은 위력을 마주할 때면 실로 위대하단 생각까지 듭니다. 예컨대 못생긴 것이 콤플렉스라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차도남과 차도녀의 모습으로 당당함을 갖추었을 때에 풍경 같은 경우죠. 그리고 굳이 성형까지 가지 않아도 우리는 쉽게 그 놀라움을 간접적이나마 만날 수 있습니다.
매사에 자신 없던 소심한 한 남자는 그야말로 그 날이 그 날. 무료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볕뜰날이 온 것일까요?
우연히 발견한 초록 가면은 그로 하여금 말로 못할 호기심에 휩싸이게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마치 숙명인 것처럼 가면을 쓰고 이전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 같은 자신감 100%의 사나이로 변신합니다. 어쩌면 로또 당첨보다도 더 행운처럼 느껴질 이 기회를 얻은 사람. 그는 바로 평범한 은행원인 스탠리 입키스.
네, 영화 <마스크>의 이야기입니다. 스탠리는 본래 내면에는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또,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죠.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자유 대신 자제를 선물하고. 이상 대신 현실을 내밉니다. 아마 스크린에서 세부적 내용까지는 비추진 않지만 그의 캐릭터로 보건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죠. 요즘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인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은 기존의 음악 예능과는 달리 복면이라는 새로운 코드로 시청자들과 호흡합니다. 얼굴이 노출되었을 때 갖게 되는 선입견을 버리고 오로지 노래실력으로만 승부를 보게 하는 제작진의 의도는 적중했고, 출연진의 얼굴이 공개되었을 때, 그 놀라움과 쾌감의 양면은 패널이나 방청객 및 시청자들을 즐겁게 합니다.
자. 오늘(5월 29일)의 키워드 ‘얼굴의 변신은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가?’
그렇다면 스탠리와 복면가왕이 갖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다름 아닌 자신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탠리 입키스는 남자라면 누구라도 탐날 여인 티나 카일리를 얻었고, 복면가왕의 출연진은 가면이라는 안전장치 때문에 자신의 본 직업에 상관없이 주눅 들지 않고, 신명 나게 노래할 수 있으니 양쪽 다 해피엔딩인 셈입니다.
그러나 그들 모두의 해피타임이 마냥 즐겁지 않은 건 왜일까요? 처음에 언급드린 얼굴의 의미. 얼을 담는 공간을 우린 대체 언제부터 바꾸었고, 혹은 가려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드린 이 말씀에 적절한 예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 격언이 가진 속뜻은 겉을 반지르하게 다듬으란 것이 아닌 정성을 다 하라는 것. 그러니까 만드는 사람의 노고가 적절히 스며야 음식의 맛도 좋아진다는 말 아닐까요?
아무리 사람을 첫 번에 사로잡는 것이 외모라곤 하지만, 그 외모에 치중하고 신경을 곤두세우다 못해 이제 얼굴을 가려야 하는 상황에 이른…
취업 이력서에 본인 얼굴이 담긴 증명사진을 붙여야 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 오래이고 어떤 광고에선 모델의 얼굴을 넘어 목젖까지 클로즈업하는 그런 시대에 우리 모두는 그 가운데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비단 얼굴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뚱뚱한 몸과 마른 몸. 장애와 비장애 역시 우리 모두를 변신하고 싶도록 만듭니다.
모두가 자연인이 되어도 비난받지 않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본문 이미지는 영화 <마스크, 1994年 作>의 스틸 컷이며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