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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09. 2016

쉼표, 말없음표,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

열아홉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조선시대의 성군이라 불리는 세종은 대신들의 반대에도 굳건히 일궈낸 업적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훈민정음(訓民正音)의 창제입니다.



왕은 창제의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백성을 어여삐 여겼다.”



네.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훈민정음의 탄생 의미는 참으로 큽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창제된 28개의 문자는 현대를 사는 지금도 굉장히 유용하게 쓰입니다. 감사라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겠죠.



세월이 흘러 한글은 받침이나 용법 등이 시대에 흐름에 걸맞게 변해왔습니다. 오랜 세월 다듬어지고 가꿔진 완성형의 한글은 오늘날 전 세계에 내놓아도 모자람이 없을 뿐 아니라 우수 문자라는 극찬까지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에 한글은 글자 자체의 우수성은 물론이고, 그보다 더 인정받아야 할 것이 또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문자들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기호들입니다.



예를 들어 쉼표나 말없음표, 느낌표 물음표 같은 것들입니다. 물론 예시로 든 것들은 비단 한글에만 있는 것이 아니긴 합니다만 그렇게 말씀드린 이유는 여러 기호들이 한글과 맞닿을 때에 전해지는 감정은 다른 언어들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문자와 기호가 적절하게 배합된 글 한편은 그 어느 말보다 날카롭고 또는 애잔하며 때론 부드럽게 느껴지기도 하죠. 그래서 오늘 (6월 9일) 제가 고른 키워드는 “쉼표, 말없음표, 느낌표 그리고 물음표”입니다.



글의 창작은 어떤 단어와 문장을 잘 조합하여 일목요연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느냐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어느 때 기호를 넣어주느냐를 아는 것 또한 좋은 글을 집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시 말해서 쉬어야 할 때를 일러주고, 말을 줄여야 할 때를 일러주는 식의 안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글이 아닌 우리네 삶에선 이러한 때를 일러주는 가이드가 존재하는가?



일을 했으면 쉬어야 하고 쉴 때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줄일 줄 아는 미덕은 기대해선 안 되는 것인가?



풍요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 역설적이게도 그 풍요를 누릴 시발(始發) 점인 먹는 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젊음도 있고, 연일 ‘묻지 마’라는 그럴싸한 가림막으로 매일 물음표의 개수는 늘고 있으며, 그러한 연유로 당연히 누릴 권리들 예컨대 거리를 걷는 일이라든가 혹은 화장실을 가는 기본적 행위마저 성(性) 논리와 이념 논리로 번지는…



그 생경한 풍경 앞에 모두는 섣불리 답안을 내놓지 못한 채 수없는 분노의 느낌표만 찍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가끔은 이 모든 것 다 내려놓고 편안함의, 그리고 침묵의 말없음표가 그리워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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