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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19. 2016

역지사지… 안녕하십니까?

스무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세상이 흉흉하고 각박하다고 말하는 시대. 있어서는 안 될 일들이 일어나고, 별별 해괴한 일들이 뉴스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이때. 과연 왜 그런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수없는 물음표를 뿌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보답하려는 듯 질문의 양만큼 답변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중의 하나는 다름 아닌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역지사지입니다. 그래서 오늘 (6월 19일)은 역지사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렇습니다. 무수한 각박함이 세상을 삼키려 해도 사람이 정자세로 서서 중심을 잡고 타인을 돌아본다면 언젠가 그 세력은 사라질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역지사지는 좋은 답변인 것 같습니다. 



여기, 매일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와 자식입니다. 부모님이란 존재는 미디어를 통해 묘사된 어떤 영웅보다 뛰어납니다. 그저 다른 것 하나 생각하지 않고, 모든 정성 다 바치는 현실판 수퍼맨이죠. 



또,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 다 아픈 손가락입니다. 마치 손가락을 깨물면 안 아픈 데가 없는 것처럼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매일 쉴 날도 없이 그렇게 종일을 헌신하면서도 더 주지 못해 미안해하는 지상 최대의 바보입니다. 



그렇다면 자녀들은 어떨까요? 어릴 적부터 받아 온 부모님 정성을 모르고 지내다 서서히 나이가 차고 어른이 돼서 철이 들면 부모님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그 후에는 매 순간 죄스러운 것이 자식의 입장입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 봐야 자식은 자식일 뿐 부모의 마음을 깨닫는 데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어쨌거나 서로가 늘 죄스러움을 안고 사는 관계는 부모 자식 간인 것은 맞으니까요.



그런데 불과 며칠 전 믿기 힘든 뉴스를 보게 됐습니다. 6살 장애 어린이가 박물관 입장을 제지당했다는 뉴스였습니다. 뇌 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이 아이는 목과 다리를 지지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특수 제작된 휠체어를 타고 입장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이 거부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박물관의 사정을 백 번 이해하려고 애쓰면 이해가 가능할까요? 중증의 장애를 가진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다는 것은 결코 녹록지가 않습니다. 상상도 못할 고됨과 정성이 동반되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어머님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고생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의 고생은 아이에게 관전의 재미를 주진 못했습니다. 



이 땅의 모든 부모의 아픈 손가락인 자녀들. 만일 그 자녀들이 장애가 있다면 아마도 그 아픔은 무한대일 겁니다. 



“뇌 병변 장애를 가진 아이가 볼 수 있겠느냐?”



네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고된 그 길을 감내하고 오신 것이겠죠. 뿐만 아니라 아이는 엄마에게 고마워할 겁니다.



“장애인을 이용하는 건 아닌가?” 



아닙니다. 장애인을 이용할 이유도, 이용할 수도 없습니다. 만인이 인정하는 사회적 약자이고, 외면받는 위치여서 가능하다면 ‘장애의 옷’을 벗고 싶습니다. 남들은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이야기할 때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내는 것으로도 벅차서 다른 이로 하여금 ‘안녕하십니까?’하는 인사가 참으로 고맙게 여겨지는 삶. 



바라기는 이런 맘을 아시고 역지사지 라이프를 실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누구 꼬집지 말고 모든 분들이 다 그러시기를…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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