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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Sep 20. 2016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스물한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무대 위 화자(話者)가 말을 꺼내기 위해, 딴따라가 노래를 하기 위해, 힘없는 소시민이 신문고를 할 때도 마이크는 필요합니다. 마이크의 위력은 실로 대단합니다. 커다란 확성기도 파생시킬 수 없고, 사람의 분노 어린 생목으로도 퍼뜨릴 수 없는 엄청난 소리들을 마이크는 퍼뜨립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유행어처럼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주인공입니다.



비록 크기로 보나 부피로 보나 그저 작은 고추에 지나지 않는 물체이지만 만일 마이크에게 생각이 있거나 말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자)부심 높은 마이크라 할지라도 스위치를 위로 올리지 않는다면, 즉 on모드로 하지 않는다면 다 부질없는 것이겠죠. 만에 하나라도 마이크의 스위치가 off라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한 성능을 가졌다한들 증명이 안 될 것이니까요.



이렇든저렇든 마이크의 입장에서 가진 능력을 자랑하고 싶어도 본격적으로 사람과 함께 하기 전에 거쳐야 할 테스트가 있습니다.



이른바 마이크 테스트



사람의 입장에선 그렇습니다. 이 녀석이 허우대만 그럴싸하고 속 빈 강정 같은지. 아니면 혹 그 반대인지가 궁금합니다. 또 그 궁금함을 떠나서 실전에 돌입했을 때 까닭 없는 녀석의 앙탈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고요.



숨을 쉬었다 뱉었다 ‘아아.’하는 소릴 내었다 ‘마이크 테스트’하고 외쳤다가. 어쩌면 마이크 입장에서야 귀찮을 법도 할 일을 사람은 하고 또 합니다. 자. 마이크를 위한 변(?)은 이쯤 하지요.



제가 마이크에 대해 길게 잡설을 늘어놓은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제 스스로에게 있어 자신 있는 것을 두 가지 꼽으라면 주저 않고 말과 눈치를 꼽습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이것 밖에는 자신 있는 것이 없기도 합니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굉장한 달변가도, 학식이 뛰어난 자도 아닙니다. 그러나 특별히 말은 제 스스로를 방어해 주며, 이동시키고, 또한 저를 관계의 망 속으로 안내하기도 합니다.



적재적소에 놀라운 말을 꺼내진 못해도 나라는 사람의 순수한 아이덴티티만은 알릴 수 있으니 칭찬해줄 만하다 할 수 있겠죠. 아이러니하게도 때론 그런 욕구가 강해서, 해서는 안될 말과 소용없는 말을 마구 내뱉을 때도 있기에 후회도 합니다만    



어쨌든 이렇게 제 기준에서나마 말을 잘한다 하더라도, 아니 저의 마이크 테스트는 늘 완료돼서 실전에 돌입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청자가 적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마이크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광범위하게 퍼지는 사운드는 그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듣는 사람, 청자(聽者)가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가끔은 소심함 가득 담은 심장을 왼쪽 가슴 한켠에 지니고 있어서 청자로 하여금 때로는 위축된 듯한 소리로, 때로는 어눌함으로 다가갈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해합니다. 하지만 살아있는 마이크의 하나로서 제 자신을 변호하자면



감정에 치우쳐… 긴장을 하고, 화가 나고, 속이 상하며, 온갖 세상 시름 주마등처럼 떠올라 먹먹해서.



또 지나치리만치 귀찮거나 침묵하고 싶어서 자연스럽고 듣기에 알맞은 데시벨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는 것은 아닌가?



세상은 그것을 질병, 혹은 장애라는 어설픈 정의로 규정짓고 외면할 때 당신이 보지 못한 그 환경… 즉 앞서 이야기 한 상황이 아닐 때의 그 자연스러움을 과연 경험했으며 경험해 볼 마음은 있는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러지 않아도 겉모습만으로 받는 오해만도 배부른데 그런 오해까지 한다면 나는 대체 얼마나 더 배불러야 하는지……



그러거나 말거나 오늘도 제 마이크는 큰 소리를 내뿜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시작은 동일합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청중이 없어질 때까지.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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