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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29. 2016

그저 그래요

낮과 밤이 바뀌어
하루가 가고
그 하루가 여러 번 지나
계절이 바뀌어도
누군가는 그러더라
그저 그렇다고


왜냐고 물었더니
매일매일이 똑같고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훨씬 많으며


또 무엇이든 열심히 해도
늘 제자리이고
무엇보다 내 사랑하는 님이 곁에 없어
인생사 부질없다고 그러더라


그래서 몇 분 침묵하고는
지루해질 때쯤 입을 떼었다


당신 말이 맞다고…


그런데 생각해 보라고
당신의 어제는 오늘보다 전혀 달라진 게 없느냐고
머리 쥐어뜯어가며 개미마냥 부지런히 살았으니
당신의 오늘은 분명 어제보다 손톱만큼은
나아졌지 않았느냐고


그리고
어제는 비가 왔는데
오늘은 맑지 않느냐고
당신도 보지 않았느냐고


당신이 사랑하는 그 님은
비록 곁에 없을지라도
지난 세월의 양만큼 서먹함의 먹구름은
사그라지지 않았느냐고


오히려 지금처럼
깊이 사랑할 수 있음이
크나큰 축복 아니냐고


말했더니
그는 단단한 목각인형마냥
가만히, 부끄러워하다가
침묵으로 도망치더라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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