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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n 30. 2016

미안한데 자존감 이야기 좀 그만하자

가끔은 그대가 겪는 슬픔도 괜찮으니까

Courtesy of Pixabay



근래 들어 나를 돌아보는 것이 캠페인처럼 번져 간다. 나를 토닥이고 칭찬하고, 쉬게 하는 것이 미덕이 되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도 좋고 단체를 위해 희생하는 것 또한 아름다운 것이지만, 그 무거운 과제를 빌미로 정작 자신에겐 관대할 수 없는 지금은, 마치 정자세로 앉아 벼루에 먹을 갈아서 앞에 놓인 한지 위에 ‘나’라고 쓰고서 침묵이라도 해야 그나마 좀 나을 듯하다.



나를 돌아보고 나를 사랑하는 것은 좋은 행위다. 사람이 무지해서 그렇게 행동할 수 있겠지만, 보통은 모든 것을 내 위주와 내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니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많은 이들은 나를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린 것 같다. 내 옆 사람은 잘 나가는 엘리트라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쭉쭉 뻗어 가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냐면서 타박한다. 혹 옆 사람이 경쟁 관계가 아닌 사랑하는 관계라 할지라도, ‘넌 대단해. 나보다 훨씬 낫잖아. 여러모로 봐도…’ 이런 식의 접근이 이뤄진다. 자신에게 엄격한 것은 좋지만 조금은 안타깝다.



그러나 이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상은 ‘자아 존중감’, 흔히 ‘자존감’이라고 불리는 이것에 대한 남용인 것 같다. 그러면 대체 자존감이라는 건 뭘까 하고 찾아봤다.



자존감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 self-esteem)이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출처 : 위키백과



다행히도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았음에 감사하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나를 사랑하고 아끼려면 자존감은 필수적으로 높아야 한다. 그 말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자존감이 낮으면 나를 사랑하고 아낄 수 없다는 게 된다.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자. 요즘 누구랄 것도 없이 힘들다고 하면, “에이~ 네가 뭣이 힘들어.” 이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공감하고 고개 끄덕인다.



이처럼 힘든 시기인 걸 알면서 정작 하소연을 털어놓으면, “아무개야, 넌 자존감이 낮은 거 같아.”라고 하고, 심지어 방송에서도 자존감 높이는 법을 이야기하는 일이 잦아졌다.



현실이 힘들고 절망 가운데 있는데, 자신을 두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이고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무지 말이 안 된다. 그런 상황이 되면 감정은 전부 부정의 색으로 물든다.



“나는 왜 이 따위며, 내 역량은 왜 여기까지 일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이 커버해 줘야 할 것 아닌가? 그게 국가고 사회지….”



이런 넋두리를 하게 되는데 그 속에 사랑이 어디 있고 존중이 어디 있겠나? 기분이 바닥으로 꺼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은 우울했다가도 한 순간에 기뻐질 수 있는 놀라운 탄력을 가진 스프링을 가졌기 때문이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무쌍한 감정의 흐름은 신께서도 막지 않으신다. 짧은 생 가운데 느낄 슬픔과 분노의 시간은 기쁨이나 즐거움의 시간만큼이나 값지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스틸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왜,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알 수 있듯 슬픔이는 모두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때로는 슬픔이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는 걸 보여주지 않는가?!



그러니 미안한데 자존감 이야기 좀 그만하자… 가끔은 그대가 겪는 슬픔도 괜찮으니까.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본문 이미지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015年 作>의 스틸 컷이며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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