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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l 26. 2016

무차별적 사랑

때로는 이기적인 매미처럼



늦게 잠든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새벽에 잠에서 깼다. 어렴풋 눈을 뜨고 시계를 보니 정확하진 않지만 새벽 3시를 가리켰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때문인가 아님 나이 들어감의 증표인가 모르겠지만 한 번 깨면 다시 잠드는 것이 쉽지 않다.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그래야 하루를 살아가니까 나도 모르게 이리 중얼거리게 됐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연신 자세를 바꿔도 봤다가 양을 세어 보기도 하고, 모자란 기도를 드려 봐도 당최 잠은 찾아 올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이 지나도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반쯤 포기하게 되더라. 그리고 다시 1시간 후… 잠은 무슨 잠이냐며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는 듯 훼방꾼 패거리가 몰려와서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매미 패밀리.






자식들이 지나치게 부지런해가지고는. 일어나려면 지들이나 일어나지 남의 잠까지 방해하다니. 몹쓸 놈… (실은 그때까지 못다 한 잠의 미련을 버리진 못했었다.) 방해공작까지 더해지니 잠은 다 잤다. 헌데 설상가상 한 녀석은 열어 놓은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와서는 제 집인 양 들어와 눌러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맴맴 맴맴 맴맴 맴맴맴.

  맴맴 맴맴 맴맴 맴맴맴.  

  쓰닥쓰닥 칙 쓰닥쓰닥 칙.

  매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앰.”  



도대체 가창력은 어디에 있는 건지 모르겠을 정도로 소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 있더라. 그래도 나름 혼신의 열창을 한 탓인지 날개까지 파르르 떨고 있더라. 가수의 임무를 다하려는 듯한 매미의 자세는 좋으나 그야말로 ‘무차별적인 노래 폭격’이었던 셈이다.



몽롱했던 정신에서 이윽고 청명한 정신으로 돌아왔으니 매미에게 상이라도 줘야 하나?



암튼 맑은 정신에 든 생각 한 줌.



“매미의 노래”



매미의 노래가 무엇을 말하고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여름 한 철만 살다 죽는 단명의 아이콘. 그것이 추구하는 건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 봤다. 당연히 그들에게 있어 최고의 가치는 노래. 즉 울음이다.



그러면 그 노래의 목적이 과연 무엇이관대 이처럼 무례하고 무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가?



내 기억이 맞다면 매미가 울부짖는 목적은 다름 아닌 ‘종족 번식’에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로는 많은 이들이 흔히 알고 있는 매미의 형태가 될 때까지 매미 유충은 각고의 시간을 가진단다. 물론 그 사이에 죽는 것들도 존재한다고…



매미의 탄생은 역설적으로 죽음마저 각오해야 하고, 살아서 빛을 본다 해도 언제든 자신의 죽음에 대비하며 목청껏 우는 것이다. 그렇게 절절한 소리에 반해 결실을 맺는 커플이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매미의 울음은 사랑의 세레나데라고 해도 무관하다.



매미의 울음소릴 듣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의 사랑도 이처럼 무차별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무차별적’이란 말을 좋지 않은 말이라고 오해한다. 그것은 선한 것이 아닌 악한 것에 대입하기 때문이다.



만일 사랑이 ‘무차별적’이라면 어떨까? 배려 않고 버릇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두고 재단하지 않고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은 채 풍성하게 나눠줄 수 있다면. 하물며 미물도 제 사랑을 위해서 버릇없음도 서슴지 않는데 우리는 어떤가?






돈, 배경, 외모, 성품. 



세상에서의 삶은 유한하여 사랑도 언젠간 종결된다. 물론 천국에서의 사랑은 그대로 이어지겠지만 그건 논외로 하자. 유한한 시공에서는 사랑만 하기에도 모자라다. 꼭 앞서 이야기 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아도 사랑은 가능하다. 무차별적이라면. 그래, 차별이 없다면 가능하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무차별적’이지 못했다. 내가 따진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나를 비췄다. 결코 ‘무차별적’ 일 수 없었고, 재고 또 쟀다. 그러니 점수는 미달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 사람에게 나를 비췄다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건 아닌지…… 그래서 사랑을 이루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의 모양에는 정답이 없다. 둘의 사랑이든, 혼자만의 사랑이든, 아님 질질 끄는 과거의 얽매이는 사랑이든 정죄할 이유가 없다. 형태의 관계없이 사랑은 최선이고 최고이기 때문에 손가락질할 권리는 없다.  다만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무차별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이러나 저러나 어차피 후회는 남는다지만 그렇게 해야 적어도 후회의 파편 그 개수는 최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생각에 잠겨 있다 그렇게 나는 4시간 이상을 잠 못 이뤘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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