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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ul 30. 2016

無題 Ⅵ

눈을 감지 마시오 

행여 그대 살아온 흔적을 찾지 못한 채 

그 아름다운 모습만을 흠모할까 두렵소 



눈을 뜨지 마시오 

행여 그대 두 눈 떴을 때

나를 향해 뿜어낼 영롱한 당신 음성 

다 간직하지 못할까 두렵소



날 향해 손 내미시오 

그대 가냘픈 손가락은 

험한 세상 살아 낼 

내 두 번째 힘의 원천이니 

확신의 맘 가득 담아 준다면 고맙겠소 



매일 날 보며 웃어주시오 

힘든 세상 그대의 미소 한 줌은 

아마 내게 단기 기억상실을 안겨 줄 거요 

그러면 그 미소의 환각에 취해 

매일 행복할 것 같소 



그대의 눈물을 보여주시오 

슬픔과 비통에 잠긴 눈물 말고 

있는 그대로의 그대 모습을 알려주는 

그런 눈물을 내 앞에서 흘려주시오 

나의 어둡고 비뚤어질 수 있는 이 심령 

고히 정화되도록 말이오 



나는 늘 당신의 곁에서 있을 거요 

그러니 부디 그대도 나의 늙음과 추함 

그리고 죽음 앞에라도 함께해 주시오

그대는 내 제2의 고향이자 제2의 숨결이니 

내 가는 길 단 하나라도 모르고 지나는 게 싫소 



만에 하나 

당신의 시선 당신의 소리 

내가 있지 않은 다른 세상에 토해진다면 

난 정말로 미련하게 세상을 질투할지도 모르오 



바보라고 해도 좋소 미련하다고 해도 좋소 

난 본디 미련하오. 그대 알고 난 후부터 말이지…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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