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지 마시오
행여 그대 살아온 흔적을 찾지 못한 채
그 아름다운 모습만을 흠모할까 두렵소
눈을 뜨지 마시오
행여 그대 두 눈 떴을 때
나를 향해 뿜어낼 영롱한 당신 음성
다 간직하지 못할까 두렵소
날 향해 손 내미시오
그대 가냘픈 손가락은
험한 세상 살아 낼
내 두 번째 힘의 원천이니
확신의 맘 가득 담아 준다면 고맙겠소
매일 날 보며 웃어주시오
힘든 세상 그대의 미소 한 줌은
아마 내게 단기 기억상실을 안겨 줄 거요
그러면 그 미소의 환각에 취해
매일 행복할 것 같소
그대의 눈물을 보여주시오
슬픔과 비통에 잠긴 눈물 말고
있는 그대로의 그대 모습을 알려주는
그런 눈물을 내 앞에서 흘려주시오
나의 어둡고 비뚤어질 수 있는 이 심령
고히 정화되도록 말이오
나는 늘 당신의 곁에서 있을 거요
그러니 부디 그대도 나의 늙음과 추함
그리고 죽음 앞에라도 함께해 주시오
그대는 내 제2의 고향이자 제2의 숨결이니
내 가는 길 단 하나라도 모르고 지나는 게 싫소
만에 하나
당신의 시선 당신의 소리
내가 있지 않은 다른 세상에 토해진다면
난 정말로 미련하게 세상을 질투할지도 모르오
바보라고 해도 좋소 미련하다고 해도 좋소
난 본디 미련하오. 그대 알고 난 후부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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