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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Sep 09. 2015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료

‘가짜’ 커피 마니아가 커피에 대해 말한다

난 음료수가 좋다. 늘 먹는 물과는 다르게 맛도 있고 특별하다. 형형색색 색깔도 여럿이다. 오렌지, 토마토, 석류, 솔잎 향 맛, 콜라, 사이다, 알로에, 사과, 그리고 쌀뜨물 같아 보이는 음료까지. 정말 좋다. 그 누가 음료수라는 걸 개발해 냈나 싶고 많이 고맙다. 이 수많은 음료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커피다. 이 부분을 읽는 분들은 살짝 ‘낚였다.’ 싶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커피도 음료 중 하나니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커피가 정말 좋다. 그렇다고 내가 커피 마니아라고 불릴 만큼 좋은 원두를 구분하고 깊은 향을 음미하는 능력은 없다. 아메리카노 대신 캐러멜 마끼아또를 즐기는 가짜 마니아. 그마저도 매일 먹을 수 없으니 믹스 스틱 하나에 만족하는 토속적인 나지만 그래도 커피는 내게 있어 베스트 음료다. 마셔도 마셔도 질리지 않는다. 



이다지도 좋아하는 커피지만 그러나 때로는 피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외출했을 때다. 사실 보통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접대를 받거나 혹은 내가 하게 될 시 유용한 대접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커피인데 오히려 난 자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커피를 마시면 미칠 듯이 활발해지는 이뇨작용 때문이다. 이건 모든 종류의 커피를 막론하고 똑같다. 



커피를 마시면 화장실을 가고 싶은 욕구는 마치 우사인 볼트가 100미터 달리기 하듯 빠르고 또 잦다. 그럴 땐 난감하다. 나를 화장실로 이끌어 시원함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나를 돕는 일이 능수능란해서 눈감고 도와 줄 정도라고 해도 그 수가 잦다 보면 예의가 아니니 곤혹스럽다. 



이런 상황을 아는 지인들은 내가 커피를 먹지 않아도 굳이 무리하게 권하지 않는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잘 모르는 이를 만났을 때이다. 



“음료는 뭘 좋아하세요?” 

“커피 잘 마십니다.” 



“아. 그럼 커피 시킬까요?” 

“아…. 아……. 아뇨, 전 그냥 마시지 않는 게….”



“왜요?” 

“그… 그게 말이죠.” 



이렇게 대충 얼버무린다. 남자든 여자든 마찬가지다. 아니. 그럼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그러냐고 누군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쉽지만은 않다. 행색이야 바퀴 달린 의자를 깔고 앉았어도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 법 아닌가 동성 이성 관계없이 어떻게 생각하면 그들은 삶의 중요한 시간을 떼어내 나를 만나 준 이들이다. 그런 이들에게 어떻게 생리현상 때문에 마시지 않겠다고 하겠는가



하물며 절친이라고 해도 나의 마음 씀에(?)에 미안해하는데 첫 만남인 사람들은 오죽할까? 아마 당황하고 땀을 비 오듯 흘릴 것이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마음껏 마시고 싶다. 그리고 화장실 걱정 안 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원하는 건 나를 만나는 이들 모두에게 혹시나 있을 지모를 일 때문에 염려 끼치고 싶지 않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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