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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Sep 11. 2015

화장실 찾기 대작전

T와 나의 전대미문의 사건

 

화창한 가을날 저녁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때 홍대역사. 초행 길이라 길치인 나도, 나를 돕는 T도 어안이 벙벙했다. 홍대역은 범상치 않았다. 인간 내비 T도 어쩔 수 없이 바보가 돼서 재차 ‘경로 재탐색’을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 나의 방광은 커다란 각도로 파도 쳤다. 당장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큰일을 치를 기세였다. 



나의 정신없는 마인드에서 비롯된 거친 숨소리는 T로 하여금 그야말로 ‘젠장’이라는 두 음절의 단어가 저절로 나오기에 충분한 그런 상황이었다. 서로에 대한 눈치는 총알보다 더 빨라서 양쪽 모두 미안해라는 말을 거듭할 때쯤 미로와도 같은 화장실 찾기 대작전이 시작되었다. 



모터라도 달린 듯 빠른 발재간을 선보인 T는 마치 지가 우사인 볼트라도 되는 양 뛰다가 지쳐갔고, 나는 치열하게 인내하느라 힘들었다. 



‘꿈일 거야. 이건 분명, 꿈일 거야….’ 



이렇게 들리지도 않게 중얼거렸다. 사실 중얼거릴 힘도 없었다. 결국 T도 같이 힘이 빠졌다. 그리고 최후의 발악으로 역무원에게 화장실 위치를 물어 마침내 화장실에 당도했다. 그리고 결국 우려하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음에 하나님께 감사했다. 



장애인 화장실은 자동문이었고 꽤나 넓었다. 나를 한숨 돌리게 한 T는 잠시 자릴 비웠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금세 곁으로 돌아와 오픈 버튼을 누른 T의 절규가 들려왔다. 



“형…, 형…” 

“응? 왜?”



“……” 

“뭐야?! 왜?” 



“아뇨. 아니, 이게…… 안 열려요.”

“뭔 개뼈다귀 같은 소리야?!” 



그럴수록 T는 더 절규했다. 그리고는 이내 성경에 나오는 삼손 흉내를 냈다. 그러나 그건 무리였다. 그러기엔 그의 머리카락이 많이 짧았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I See~ 역무원 분 불러와 T야. 괜히 힘쓰지 말고.”

“네, 형…” 



다시 T는 득달 같이 뛰었다. 그리고 난 구출되었다. 이 일련의 과정이 정말 우스웠다. 그래서 크게 웃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다. 아마 당시 행인(行人) 분들이 미쳤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역무원께 잠긴 연유를 여쭤보니 ‘안에서 Lock이 걸리게 되어 있어서’라고 했다. 이렇게 나의 ‘화장실 찾기 대작전’은 ‘화장실 구출 대작전’으로 변모하였다. T와 나는 이전부터 친했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더 돈독해졌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전대미문의 이벤트로 회자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속된 말로 ‘쪽 팔린’ 에피소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그를 만나서 행운이라고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서다. 



고맙다. 미스터 T. 넌 내게 최고다. 형이 진심으로 널 아낀다. 알지?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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