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번째 B급브리핑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비.
비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십니까? 제 경우에는 우선 ‘청량감’이 떠오릅니다. 한여름의 작열하는 태양. 그 거센 기세에 못 이겨 갈라짐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땅의 울음. 생각만 해도 가슴이 퍽퍽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암튼, 그 울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이 비이니까 굳이 사람이 마시지 못하더라도 시원함을 주고, 또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에 안도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비는 때로 처연함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사람의 눈물로 자주 비유되면서 내면의 고독함을 대변하기도 하죠.
그러면 현재 11월… 11월에 내리는 비는 무엇으로 비유될 수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래도 하나만 꼽자면 아마 하루에도 수십수백수천 번의 현실적 고민과 이상이 충돌하고 희비가 엇갈리는 ‘청춘들의 비’가 절실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나 삶의 터닝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수능(修能)을 치른 학생들에겐 더더욱 말입니다. 그 절실함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학문을 갈고닦는 일은 평생 배움의 시대에서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본디 사람에겐 귀천이 없듯 배움에 있어서도 그래야 되는 것은 맞지만 학생들의 고생을 단 몇 장의 종이에 적힌 문제로서 평가하는 것은 좀 가혹해 보입니다.
어쩔 수 없다곤 해도 변수는 늘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 고독이 자신을 지배해도 경험자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서 답답하긴 합니다. 오로지 스스로 극복해야 하죠.
그런데 더 미안한 것은 내가 잘 배웠음을 시험을 통해 증명할 순 있어도 그걸로 평생을 보장받진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더 아프고 더 고생해야 하는 것이죠.
왜 힘을 주지 않느냐고 성토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우리 아이들도 이미 알고 있기에 그저 공감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수고했다는 말은 학생 여러분의 공부 과정을 알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도 점수 몇 점 더 나온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닐 텐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길을 향해서 노력하고 있기에 드리는 말입니다.
수험생 여러분 수고했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시험 결과를 담보로 탄탄대로의 미래를 보장받진 못합니다. 그러나 그저 잘 치르고 시험장에 빠져나와 가족들과 만나 흘린 ‘눈물’만으로도 박수 쳐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진정한 11월의 비가 아닐까요?
오늘 키워드의 모티브가 된 Guns N` Roses의 <November Rain>에는 이런 노랫말이 있습니다.
부디 고생한 청춘들의 가슴에 이 가삿말이 비처럼 잘 스며들길…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