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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r 31. 2017

가장 엄중한 체벌… 꽃에게 매를 들다

서른한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저의 삶을 떠올려 보면 운이 좋게도 부모님으로부터 체벌을 당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없습니다. 어릴 적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 돌아온 적이 많아서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잘못을 했을지라도 저의 잘못을 깨닫게 하셨을지언정 때리지는 않으셨습니다. 때문에 훈계와 더불어 세트처럼 따라오는 사랑의 매는 남의 이야기였죠.



제 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학교에서의 상황도 집에서의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춘기란 명목으로 그럴싸한 방종을 일삼았던 제게 웬일인지 선생님들께선 체벌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처럼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체벌을 받지 않는 것이 조금은 생경하고, 나아가 ‘행운’으로 느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엇나갈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처방전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이 자신의 잘못을 알게 하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게 하려는 조치였던 셈이죠.



하지만 언젠가부터 좋은 취지였던 체벌의 수위는 높아져만 갔죠. 몇몇 몰지각한 교사들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푸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통에 아이가 죽음에 이르는 등. 체벌은 되도록 삼가야 할 덕목이 됐고, 그와 더불어 다음과 같은 말도 생겨났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물론 이 말이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생긴 말은 아닙니다.



혹자는 아이를 그저 마냥 철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아이들은 자신이 보고 듣고 만진 것을 그대로 습득하고 그대로 행합니다.



때문에 가장 정확하고 빠르며 세밀합니다. 이런 순수성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까 전에 말씀드린 그런 말도 인용됐으리라 믿습니다. 아무리 작은 체벌이라도 상처는 고스란히 남을 테니까요.



따지고 보면 아이들이야말로 꽃처럼 아름다운 존재지요.



한데 아무리 곱씹어도 그 날, 2014년 4월 16일. 아름답고 향기롭던 꽃들에게 남긴 상처는 참으로 큽니다.



선생님과 부모님이 일러준 대로 타인을 우선해서 친구들과 구명조끼를 나눠 입었고 절박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으며, 되레 선생님과 부모님을 걱정하면서 마지막까지도 생존을 희망하던… 세상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 습득해서 그야말로 배운 대로 했던 순수의 이름들



그 잊을 수 없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은 잘못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말 멋진 마음을 지닌 아이들에게 상을 줘야지요.  



그러나 어른들이 준 것은 ‘가만히 있으라.’



이 한마디뿐 아니었는지요.



돌이켜 보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던 어른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서 그 말을 잊고, 한결같이 좋은 향기를 내뿜던 아이들에게 가장 엄중한 체벌을 내린 것은 아닐까?



그 미안함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렇게 1081일이라는 시간만 쌓여 있습니다.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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