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스러운 건 죄다 하기 싫은 일 뿐이란 것
그 행동에는 책임이 따라야 하는 것
책임이란 건 단순 책망 받음으로 끝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는 불이익도 감내해야 하는 것
뭘 먹을까 뭘 입을까 하는 시시한 것부터
내 몸 뉠 집과, 입에 풀칠할 일거리도
심지어 평생을 해로할 남자/여자도
한데 더 서러운 건, 주위 조언이 별로 신통치 않다는 것
시시콜콜 다 말하면 성숙하지 못하다고 까이고
그까짓 거 하고 넘겨야 하는 것
타인이 날 걱정하는 게 더 걱정돼서 삼키는 것
그런데 실은 눈물 마를 날 없는 것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통증이 와서 말이지)
혹 내색이라도 했다가는 열등의식 자존감 따위의 단어가
내가 있는 이곳과 더불어 온 세계를 뒤덮는 것
오히려 그들과 가식적 동맹을 맺어야 하는 것
대항해서 싸워도 결국 지치는 건 나뿐
쓴 뿌리의 잔재는 남아버리는 것
정의가 살아있다 진실이 이긴다는 말이
그저 입바른 자들의 캐치프레이즈 같게만 느껴지는 것
그리고 더불어 이 같은 상황의 수없는 반복을
그저 역사의 한 부분이겠거니 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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