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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y 04. 2017

하나님과의 대담

PTL Time 8

하나님, 전 당신의 존재를 부인해 본 적도 없고 의심해 본 적도 없습니다. 아마 그건 제가 태어나자마자 받아들여질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그랬을 것이고, 아울러 당신의 그 사랑이 정말 크기 때문이겠지요. 



단 하나 의심해 본 일이 있다면, 내 영혼의 천국행이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천국민의 모습은 왠지 경건하고 신실하며, 또 거룩할 것 같아 보이니까요. 하지만 아니란 것을 알았고 또한 그런 의심은 믿음 없음의 대표적 예라는 말을 들은 터라 금방 거두었습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굉장히 경건하다고 제게 말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주님, 저 그렇지 않은 거 아시죠? 스스로 제 세상살이를 지켜보면 당신을 향한 의지보다 내 식견을 따를 때가 많고 때로는 비(非) 크리스천들보다 더 나쁜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것. 알량한 자존심으로 온몸 전체를 휘감았고, 사람들의 말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여린 심령도 갖췄지요. 



호흡과 말하기는 쉬지 않으면서 기도는 나 내킬 때만. 필요하고 급할 때만, 내 모든 자아가 부서졌을 때만 하고요. 그래서 요즘은 기도해 본다고 중얼거리기도 하고, 말씀을 듣고, 또 큐티도 해보는데 사실 이것조차도 이쯤 하면 됐다고 으스댈까 겁이 납니다. 



맘 같아선 조금 작위적이더라도 새벽기도도 가고 헌금도 좀 두둑이 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네요. 물론 하나님은 늘 중심을 보신다고 말씀하시죠. 그래서 주위에서도 그렇게 말을 하곤 하죠. 한데 전 그런 말은 너무 식상하게 들립니다. 그 같은 소망을 갖는 거 조차 하지 말라는 소리처럼 들려서요. 그냥 저 사람은 저런가 보다 하면 좋은데 왜 굳이 위로하려 드는지. 



그런데요. 주님. 지금처럼 내 바람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서운한 건 없어요. 그냥 물질의 정도에 따라 헌금도 내고 여력이 되면 내일 당장이라도 새벽 제단을 쌓을 수도 있겠지요.  



타인이 하고 사는 행동들을 보면 지독히도 고독스럽고 부럽기도 한데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에요. 



다만 여건에 따라 하고 못하는 일에 대한 것 말고 모든 사람들이 다 하고 사는 일만큼은 고민하지 않게 해주세요. 이건 책임지셔야 합니다. 왜냐면 당신의 지음 바 그대로 난 태어났을 뿐이니까요. 정말로 당연해서 고민 축에도 끼지 못하는 일로 고민하게는 말게 해주세요. 



남들이 비웃고 조롱하는 거 싫은데요. 그보다 내가 나를 비웃을까 봐 그게 더 싫어요. 



제가 들은 말 중에서 이상한 말 한마디는 인간은 스스로 존중해줄 자격이 있다는 말이에요. 존중은 타인이 해줄 때 빛나는 것이지 스스로의 존중 곧 자존이 빛나면 언젠간 오만이 돼요. 



이런 생각이 있는 내게 세상은 자존이 부족하다고 말하거든요. 비웃을 일은 쉴 새 없이 많아지는데 말이에요. 



나이 때문에 5년 혹은 10년 전처럼 몸이 생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이해해요. 그러니 스스로 비웃을 일도 많아지겠지요. 근데 사는 동안만큼은 그런 시시한 고민은 하지 않고 싶어요. 실수하고 깨어지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전 그러면 안 돼요. 주위 사람이 힘들어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고민 늘어놓아봐야 공감도 안될 많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도 아시죠? 최선을 다 하고 있는 거요. 물론 저의 이 마음밭에서 피어나는 여러 종류와 여러 갈래의 잎사귀들 때문에 때론 나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이 힘들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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