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온 땅에 순수한 사랑의 향기가 퍼지길 바라는 건 지나친 소망일까?

by LOVEOFTEARS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면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바로 好き(스끼, 좋아해)라는 말이다. 요즘처럼 조금은 각박한 시대에 좋아한다는 순수한 표현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好き라는 표현은 정말로 흠모하는 사람에게만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좋아한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몇 번을 고민하고 가슴 졸이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유치하게 들릴 이 한마디를 하려고 눈을 질끈 감는 캐릭터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오히려 愛してる(아이시떼루,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많이 마주하게 된다.



흔히 어릴 때 하는 가슴앓이를 두고 풋사랑이라고 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즉 상대와 나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짝사랑의 형태가 그럴 것이다. 풋풋한 사랑을 통해 얻은 상처는 차후에 찾아올 사랑의 실패 확률을 줄어들게 한다. 그만큼의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상대가 내 사람이 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의 심리를 공략하고 타이밍을 잰다. 밀고 당기기 같은 수 싸움은 마치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게임 같다. 물론 그런 센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센스가 있는 자는 미남미녀를 얻는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땐 사랑의 순수함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오래전 소울메이트라는 제목의 공중파 드라마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책으로 먼저 접하고 나중에 드라마를 봤는데 결국 두 가지 모두 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다 맞는 이야기고, 필요한 이야기임은 인정하겠는데 나와는 맞지 않았다. 여자와 남자의 심리가 어떻고, 지금은 스킨십 타이밍이 아니고… 하는 이야기들이 마치 프로토스의 병력을 상대할 때 탱크를 띄엄띄엄 배치하고 천천히 뚝심 있게 전진하라는 테란 메카닉 강의 같았다.



사랑이란 게 별건가? 그저 상대방 때문에 심장이 뛰고, 상대방이 보고 싶고, 상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두 눈을 질끈 감게 된다면 그걸로 된 거다. 그게 사랑의 시작이다. 사랑은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공략이 아니라 상대를 아껴주기 위한 과정이다.



물론 내가 앞서 들었던 예시는 애니메이션이니까 가능한 걸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의 본질은 순수함에 있다. 사랑은 공식도 없고 답도 없는 그 자체이다. 온 땅에 순수한 사랑의 향기가 퍼지길 바라는 건 지나친 소망일까? 이런 소망을 갖고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요즘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좋아한다는 말이 더 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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