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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Sep 15. 2015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20! Image Courtesy of Pixabay



서른! 20대 초반에 상상한 서른은 무언가 멋있을 줄 알았다. 무엇이든 잘 해내고, 만능은 아니더라도 20대의 실수를 발판 삼아 꿋꿋이 해결사의 노릇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내 상황을 잘 알기에 비록 보통의 삶은 어렵다 할지라도 그나마 앞자리 수가 바뀐 만큼 어울리는 값은 하며 살아갈 줄 알았다. 


29! Image Courtesy of Pixabay


29살의 서른! 고작 1년 남았지만, 그래서 누구는 나를 향해 아홉수라 놀려댔지만 그래도 주어진 대로 열심히 살다 보면 활기찬 내일이 오리라는 신념으로 매일을 살았다.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 한껏 공감했지만 막상 겪어보진 않았으니 소위 뼈에 새겨질 정도의 공감은 아니었다. 



30! Image Courtesy of Pixabay



서른의 시간이 도래하고 나니 허무했다. 그 어디가 틀리기에 많은 청춘들이 서른의 비가(悲歌)를 읊조렸는가? 분명 위치는 서른이라는데 난 여전히 그대로였다. 솔직히 화도 났다.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서. 센세이션 정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래도 양심이 있다면 세월은 내게 약간만이라도 변화를 줬어야만 했다. 



서른의 타이틀이 나를 감싸 안은 지 올해로 3년. 나의 멘털은 아직도 20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그래. 맞다. 내 마음은 아직도 그대로다. 헌데 서른의 처음과 지금이 다른 점을 요즘에서야 발견한다. 나는 나이 삼십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한다. 비록 ‘3’자가 벼슬은 아니지만 그래야만 한다. 



내 인생에 대한 책임, 만일 스무 살의 가치관과 생각이 잔존한다 할지라도 그것들을 비워 내고서 내 인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 한 번, 행동 하나, 말 한마디에 마치 모든 걸 건듯 신중해야 한다. 어릴 적에 늘 해왔던 회피의 스킬은 통하지도 않고 뿐만 아니라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더더욱 마이너스 요소다. 더 웃긴 건 어디에서 온지 조차 알 수도 없는 근본모를 마음의 짐을 지우고는 다 네 몫이라고 말한다. 



잘못도 없는데 욕을 먹어야 할 때가 있고, 내가 듣는 비난이 타당한 이유 없이 거칠게 몰아칠 땐 그대로 갚아주고 싶은데, 만약 그대로 쏟아내면 아직도 어리다는 듯 혀를 끌끌 댄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쿨한 척 산다. 아래서 치고 위에서 누르고, 중간에 끼인 어설픈 어른은 갈 곳 하나 없다. 그러고는 그 나이 먹도록 뭐했느냐고. 그때만 잠시 어른의 잣대를 들이댄다. 



그리고 실패에 대해 담담해야 한다. 언제나 냉정을 유지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남을 배려하고, 내 밥그릇 챙기는 일을 적당히 배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서른에 어울린단다. 수없는 실패 속에 왈칵 쏟아지는 눈물 역시 단념해야 한다. 



서른은 아직 20대의 잔재가 남은 미완의 청춘인데… 그래서 마음껏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 세상이 알 수 없는 나만의 비밀이 있는데 시원하게 외칠 수 없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세상에서 만나는 모든 갑(甲)들을 떠올리며 외칠 수 있다면 잠시나마 시원할 텐데 



서른의 모습이라도 때론 어줍은 모습은 떨쳐내고, 신발을 넘어 발목에 고인 빗물을 확인하며 미친 녀석처럼 뛸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있으면 좋은데…



난 아직 어린가 보다. 누군가는 서른이 되고서야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던데, 난 그렇지 않으니…….



커버와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 이미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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