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Mar 04. 2018

어머니의 레시피, 그리고 감사

작은 것에도 감사하기

어느 날, 한밤중에 아이는 목이 말랐습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부엌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었죠. 그런데 냉장고 문을 열자 웬일인지 갈증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니라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있는 고등어 한 마리 때문. 게다가 그 고등어는 이미 먹기 좋게 잘려 있음은 물론이요 소금에 잘 절여진 상태였습니다.


 

아이는 돌아 올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을 수 있단 행복감에 젖어있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더불어 어머니의 정성에 감동해서 잠 못 이뤘을 것이라고 추측도 해봅니다. 



전설의 뮤지션 김창완 씨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의 가사를 장면으로 묘사해 봤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노래가 발표됐던 당시와 현재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다 똑같을 것입니다. 온 힘 다해 헌신하는 무한대의 책임과 사랑. 아무리 <엄마>의 이름이 위대하다지만 가끔은 너무 가혹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음식은 엄마의 여러 책임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요. 가족의 행복과 건강한 삶을 위해 거룩한 부담을 느낍니다. 게다가 요즘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화두가 된 터라 이곳저곳 음식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소셜 미디어뿐만 아니라 여러 방송사에서도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앞다퉈 내보내죠. 난무하는 고 퀄리티의 음식들 때문에 엄마들의 시름은 점점 커져 가는 것 같습니다.



이른바 아무개 레시피, 지방의 맛집, 매출 대박 음식점. 저마다 솔깃해지는 문구 속에 날로 눈은 높아 갑니다, 그리고 어느새 음식은 배를 채우기 위한 용도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 하는 주객전도의 문화가 됐습니다. 



시식하기 전에 촬영은 필수, 다른 사람들이 시샘 날 만큼 최대한 예쁘고 멋지게. 마치 싸움이라도 붙은 듯 경쟁적으로 사진이 업로드되고 자랑을 일삼습니다. 먹거리는 풍성해지는데 우리의 마음은 어떤지 생각해 봅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이 점점 더 실종되는 것은 아닐까.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소박한 반찬으로 구성된 밥상이지만, 날 위해 지으신 정성이 감사해서 설렜던 그 시절. 그것은 비단 듣기 좋으라고 붙이는 노랫가락 속 풍경이 아니라 실재했던 마음인데 사그라진 듯해서 아쉽습니다.  



저희 엄마가 저에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얘, 요새 반찬을 뭘 해야 되니? 반찬 할 게 마땅치 않아. 우리 아들한테 TV에 나오는 것처럼 맛나고 고급진 거 해 줘야 하는데.”



그러면 저는 바로, “신경 쓰지 마. 엄마가 하기 편한 거 해주세요.” 하고 말지만 실은… 



혹독한 지난겨울, 입을 즐겁게 해주었던 김장김치와 까끌할 수도 있을 밥알의 식감을 막아줄 여러 가지 찌개와 국, 그리고 이름만 대면 알법한 우리네 일상 속 밑반찬들. 이걸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맛도 맛이지만, 어머니 당신의 정성이 더더욱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담을 더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저는 내일도 엄마의 레시피를 기다립니다.  



오해는 금물. 저는 진짜 불효자 과(科)입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13년 전 먼저 하늘로 간 친구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