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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r 15. 2018

“뒷일을 부탁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흔 번째 B급브리핑

해당 글을 읽어보시기 전에 다른 곳에 게재된 글인 족 활동보조를 강력히 원하는 장애인도 있다라는 글을 먼저 읽어보시는 것도 해당 글을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 역시 본인의 글입니다. 「출처= 에이블뉴스」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Pixabay



“뒷일을 부탁합니다.”



세월호 사건 당시 마치 자신의 일처럼 헌신했던 민간 잠수사 故 김관홍 씨의 마지막 당부였습니다. 벌써 4년여의 시간이 흐른 그 날의 비극은,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저릿합니다. 다시는 일어나서도 안 되는 비극의 한 복판에서도 많은 이들은 아이러니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 또한 꺼냈었죠. 아마도 그것은 故 김관홍 잠수사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했던 많은 분들의 도움과 기도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음에도 죄스러움에 잠 못 이뤘다는 영웅. 



영웅은 끝까지 겸손함으로 일관하며 마지막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지금까지도 남았습니다. 




Pixabay



“당신은 왜 글을 쓰느냐?”



때때로 다른 사람들이 제게 던지는 진지한 질문 중 하나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에 반해 답과 목적은 간단하고 분명합니다. 



세상에서 저는 비주류로 통하고, 어딜 가든 뒤로 밀리고 순위에서 제외됩니다. 그 이유는 제 스스로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중증장애인이란 타이틀도 한몫할 것입니다. 해서 나를 알리고 다른 사람들이 존재를 인식하는 순간, 장애와 장애인의 부당함이라든가 그릇된 가치를 깨고자 이 일을 합니다. 



물론, 그 소임을 잘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갸웃할 수도 있겠죠. 허나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초심만은 변치 않았다는 것이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



변치 않는 의지와 노력으로도 소망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뿐 아니라 언젠가는 신의 부르심을 받아 지금 서 있는 이곳을 떠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때는 내 오랜 숙원을 이뤄 줄 사람, 다시 말해 뒷일을 부탁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이런 의문의 시발은 어제 지인과의 통화 때문입니다. 



그와는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었으며, 어색함이란 건 조금도 남지 않은 사이입니다. 그런 그와 안부를 묻는 것은 진부하기 짝이 없으나 그래도 늘 그랬듯 안부를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기라도 하다는 듯 “계절이 바뀌었는데 활동은 하느냐.”라고 물었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그러지 못했다.”라고 응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숨도 고르지 않고 활동보조인의 유무를 묻더군요. 다시 저는 답했습니다. “알면서 뭘 묻느냐.”라고 말이죠. 



그는 저보다 훨씬 활동하기 수월합니다. 게다가 장애의 유형도 비슷해서 모든 것을 알만한 처지입니다. 심지어 그는 보조인(Assistant)과 이용자(User)를 맺어주는 센터에도 근무합니다. 그런 그가 저의  “알면서 뭘 묻느냐.”는 탄식 섞인 어조에도 불구하고, 구인을 소홀히 함을 꾸짖는 듯한 말투로 일관하더군요.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면, 보조인은 소위 말하는 노동인구가 드뭅니다. 노년인구가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여성인구입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남녀(男女), 여남(女男) 매칭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단순히 제 성향에서 비롯된 고집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는 현격한 임금인상이 있거나 그게 아니라면, 가족 활동보조가 답입니다. (가족 활동보조는 현재 섬 지역과 같은 외진 지역에서 거주하는 분들에게만 허용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같은 장애인끼리 동상이몽을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은 아쉽습니다. 물론 장애인이란 타이틀이 모두를 화합하게 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유형의 장애인은 경중에 따라 이해가 가능할 텐데.



과연, 나는 뒷일을 부탁할 사람이 있을까. 



비록 사소한 것에서 파생된 일이지만, 일의 크기와는 별개로 고민은 커졌습니다. 



본래 제가 하고자 했던 일, 거창하게 말하자면 장애의 인식개선은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신체 건강한 청춘남녀가 겪을 수 없는 가상현실과도 같은 영역을 끌어올려 가깝고도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가려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내 생각은 한없이 건방진 것이 아니었을까.



부디 내 생각이 틀렸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족 하나를 답니다. 

물리학계의 별이라 불리며 세계적 찬사를 받았던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망 소식이 어제 알려졌습니다. 그가 살아생전에 평등에 관해 생전에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와는 상관없이 그의 삶은 박수받아야 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이룬 업적이나 성공 때문이 아니라 불편한 신체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영혼에 안식을 기도합니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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