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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Apr 22. 2018

손가락과 주름… 못난이도 필요하다

마흔한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손가락은 누군가의 곁에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누군가에게 속해 살고 있었습니다.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 저마다의 생김은 달랐지만 그래도 손가락은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외로울 새도 없이 4명의 친구가 늘 함께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 만족스러운 삶에도 1%의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에게 새겨진 마치 군대 계급장과도 같은 주름입니다. 손가락은 사람의 몸에 살면서 다른 이들의 얼굴에 새겨진 주름을 봤습니다. 얼굴에 핀 주름은 사람을 늙어 보이게도 하고, 못나 보이게도 해서 치를 떨 만큼 싫은데 자신들 역시 꼴도 보기 싫은 주름이 늘 상주하고 있으니 불만을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날 손가락은 같이 사는 주름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그 괴롭힘에 못 이겨 두 손 두 발 다 든 주름은 백기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손가락은 마침내 자신들이 염원했던 매끈한 외모에 환호했고,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렇게 10여분이나 흘렀을까. 한바탕 축제를 벌이던 손가락은 누구랄 것도 없이 침묵했습니다. 주름이 함께할 때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이 주름이 떠나고 없자 까딱하는 것조차 힘겨워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를 알게 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몇 분… 이미 찾으려야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주름의 흔적은 손가락으로 하여금 슬픔에 젖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이야기.



아마도 이 이야기는 누군가가 가볍게 웃자고 만든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겠지요.



분명 손가락 속에 자리한 주름은 보기엔 좋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못난 존재조차 사실은 필요하다는 것. 



세간은 평등을 이야기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애초 평등이란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아이러니. 모두가 세상의 중심을 꿈꾸고, 주연을 바랄 때 과연 조연과 못난이를 자처할 자는 누군가.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비주류의 길을 갈 때, 우리는 어설프게 조력이란 단어로 위로하지만, 사실은 털끝 하나 위로되지 않음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위로가 아닌 팩트를 전달해 드리자면, 못난이야 말로 언제 어디 어느 상황에서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못난 자가 존재해야만 환호받을 자 또한 존재하게 되고, 더불어 빛나는 것입니다. 효용성이 없어 보이는 주름 앞에서 손가락은 굴복하듯이, 삶의 법칙 역시 그만큼 냉정해서 잘남과 못남 그 간극이 하루 사이에 변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현재, 못난이의 위치에 있는 저는 오늘도 못난이의 역할을 잘 해내 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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