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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May 08. 2018

독수리가 알려 준 참다운 孝

마흔두 번째 B급브리핑

<일러두기>

B급브리핑 글의 형식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님의 ‘앵커브리핑’ 형식을 참조하여 작성했으며, 더불어 이 형식을 빌려 집필하는 것을 앵커님께 허락받았음을 알립니다.



Tears의 B급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하늘의 왕자 독수리. 일상 가운데 독수리를 실제로 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보면 하늘의 왕자라는 표현은 전혀 과해 보이지 않습니다. 



호기 넘치는 눈, 날카로운 발톱, 거대한 양 날개. 



누구라도 녀석의 시야에 걸리면 그의 먹이가 되기 십상입니다. 사냥을 할 때의 자태만 멋진 것이 아니라 낚아채고 나서의 그 기세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그런데 아무리 나무랄 데 없는 독수리라고 해도 처음부터 그랬을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독수리가 둥지를 틀 때에는 항상 높은 곳에 튼다고 합니다. 사람처럼 하이 뷰(High View)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새끼를 강하게 키우고 싶어서라고 하는군요. 어미는 새끼가 태어난 직후부터 한 두 달간, 지극정성으로 키우다가 시간이 흘러 마침내 때가 되면, 흥미로운 광경은 그때부터 펼쳐집니다.



더 이상 둥지에 머물러 키울 수 없고, 스스로 살아가야 할 그즈음에 어미는 새끼를 둥지 바깥으로 무작정 밀어냅니다. 새끼는 영문도 모른 채 추락사하게 생겼으니 난감할 터. 



새끼는 살기 위해 사력을 다해서 발버둥을 칩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새끼 독수리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칠 때쯤 어미 독수리는 극적으로 새끼를 구합니다. 



이런 식으로 ‘아닌 밤중에 날벼락’ 같은 상황을 한 차례가 아닌 수십수백 차례 경험하다 보면, 새끼는 비로소 생존방법을 터득하고 동시에 하늘 왕자의 칭호 또한 얻게 됩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법을 터득한 새끼 독수리는 그 이후로 몇 번 더 어미와 조우하지만 그야말로 몇 번 되지 않는 만남 후에는 제 갈 길로 갑니다. 



카네이션 꽃과 감사의 메시지가 가득 해지는, 가정의 달의 풍경 가운데 떠올린 뜬금없는 사색이었습니다. 



가끔씩은 부모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무한정 주는 풍경’밖엔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리곤 이내 먹먹해지고, 다른 한편으론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자식 된 입장에서 어버이날이라고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카네이션 꽃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것이 다인가.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나면 늘 그랬듯 철없이 일상을 사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의 체기가 몸 전체를 휘감습니다. 자식의 완벽함보다 부모의 부족함이 더 나을 수밖에 없음을 상기할 때마다 진정한 孝에 대한 고민은 커져 가는데 어찌해야 할지요. 



때로는 그래서 독수리 가족의 형태처럼 부모의 곁을 일찍 떠나 독립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큰 효가 아닌가 생각하기도 합니다. 물론 내 날개가 커졌다고 해서 부모의 안부조차 묻지 않는 몰인정한 아들이 되기는 싫습니다. 해드리고 싶은 것이 많으니까요. 



예를 들면, 함께 장을 보며 말벗이 되어드림과 동시에 짐꾼이 되길 자처하고, 생신에는 선물과 더불어 맛있는 밥을 함께하고 싶으며, 매달 적은 금액이나마 용돈을 드리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외에도 부모님과 하고 싶은 일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수많은 것들 중에 백미라면, 아마도 부모님 눈에 보이지 않아도 걱정할 일이 없는… 그야말로 굳건한 신뢰가 있는 아들로 거듭나는 것이겠죠. 부모 자식 간에는 눈에서 멀어지면 맘에서도 멀어지는 게 아니라 걱정의 허물을 한 겹 벗겨드리는 셈일 테니까요. 



이상과 삶은 다르다고 말하긴 하지만 맘 속 바람과는 180도 다른 오늘, 아니 매일을 사는 저에게는… 라디오 스피커 사이로 무심히 흐르는 이설아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을 비롯한 부모님을 떠올릴만한 여러 노래들이 원망스럽게만 들립니다. 



그리고 그 원망 가운데서도 끊이지 않는 생각. 참 효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오늘의 B급브리핑이었습니다. 



커버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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