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Jan 10. 2019

내가 우선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다

출처 = 유튜브. 채널 =1theK (원더케이)



박 원 氏의 노래 나 뮤직비디오를 첨부합니다. 글과 함께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겪은 일이었다. 그 전날 별다른 걱정 없이, 깨는 일도 없이 잠을 푹 잤다. 어린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자서 아침이 되면 타액으로 흥건해지는 베개는 내겐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니 그건 곧 딥슬립 했단 방증이다. 특별히 뒤척이지도 않았다. 꿈도 꾸지 않았고… 수면에 방해될 만한 요소들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눈을 뜨니 세상이 빙빙 돌았다. 흡사 놀이터의 뺑뺑이처럼일까. 그게 아니라면 봉산탈춤 같은 덩실거림일까. 그것도 아니면 절정에 치닫는 격렬한 상모 돌리기 즈음일까. 아마 마지막 것이 제일 적합할 것 같다.



뭐, 여하튼 종류에 상관없이 아침 댓바람부터 겪은 신개념의 어지러움은 공포로 다가왔다. 아마 일시적으로 그랬다면 ‘단순 현기증이라고 대수롭잖게 생각했을 것이다. 한데 왼쪽으로 눕고 오른쪽으로 눕고, 바로 누워도 사그라들 기미가 전혀 없었다. 현재는 조금 나아서 상모 돌리기 어쩌고 하는 표현을 하지 그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 대관람차 도는 것 같다.”라고 가족들에게 말했다.



그래. 바로 이 대관람차 말이다!! ⓒ Pixabay



대관람차라고 하면 심히 느리기에 가족들 입장에서 심적으로 안심은 했겠지만 그래도 지속이 되니 병원에 갔다. 진료 결과 귀 자체는 정상이고, 중이염 같은 염증 증상 또한 없으며, 다만 귀 내에 평형기관을 담당하는 곳이 노화가 된 것 같다 (불혹이 가깝다곤 하지만 노화라니!!)면서 일종의 ‘귀 감기’와 같다는 것. 그래서 처방받은 약의 성분을 보니 신경안정제, 근육이완제를 포함한 네 알의 약.



약을 먹으니 일단 어지러움이 거의 사라진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잠을 정말 잘 잔다는 것이었다. 거짓말 안 하고 근래 들어 요 며칠 최고로 잘 잔 것 같다.



약을 처방받기 전에 나와 동행한 어머니는 내가 브런치 작가임을 자랑하셨다. 그 의사 분께서 어떤 곳인지 모르실 게 분명해 보이는데도, 부연 설명 하나 없이 브런치 작가라고 당당히 말씀하신다. 이는 다른 분께 말씀하실 때도 마찬가지다. 나이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하는 아들인지라 평소에 늘 죄송한데, 조금은 부끄러워도 내가 브런치 작가라는 사실이 어머니로 하여금 자랑이 될 수 있단 사실이 뿌듯했다.



그 말씀을 들은 선생님께서 답하길



“작품 활동을 쉬세요. 증상이 나을 동안은 심신의 안정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말씀 따라 용법대로 약을 먹었고, 약을 먹기 위해 평소에 거르거나 줄이기도 했던 식사도 규칙적으로 했다. 그리고 암만해도 여가 생활 역시 컴퓨터이기 때문에 컴퓨터에서도 손을 뗐다. 한데 여기에 함정이 하나 있다. 글쓰기를 멈출 수 없었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내 글이 작품인지는 알 수 없으나 한 순간도 글에 대한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물론 사랑할 때 상대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차원은 아니지만~^^)



언젠가 지인에게도 말한 바 있는데 난 순간순간 비눗방울이 떠다니듯 단어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리고 모두가 잠에 들고 세상이 암흑에 물들면 마치 프로그래밍 코드가 흐르는 것처럼 문장들이 써진다. 물론 아침까지 100%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만일 하나의 단어라도 뇌리에 남아 있으면 거기에 살을 덧대서 글을 만든다. 가끔은 정말 놓치기 싫을 정도로 좋은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노트북이 없어 기록을 못해 날린 적도 있다.



이번 경우도 꼭 그랬다. 머릿속으로는 나에게 “쉬어야 해, 자식아. 이게 절호의 찬스야.”라고 하는데 가슴에서는 “이 생각이 평생 갈 것 같냐? 잔말 말고 써 인마!” 하면서 달음질한다. 그래서일까. 병원에서 약을 타 온 그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썼다.



380개가 넘는 글이지만 난 아직 부족하다. 브런치에서 사랑하는 청민, 자유지은, 멜버른 앨리스, 손수현, 고수리, 일단멈춤, 손화신, 윤이솔 작가님 같은 분들의 필력과 달고나이모, 나른 작가님 같은 황금손을 가지신 그림작가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라다.



나는 프로게이머e스포츠를 사랑해서, 지금은 활동무대를 포커로 옮겨 프로 포커 플레이어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임요환 선수를 롤모델로 삼았고, 지금도 한켠에 그 꿈은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그와 의형제가 됐다.」 그러나 내가 e스포츠를 사랑하고 아끼는 만큼 글 쓰는 일도 사랑한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런 욕심 때문에 멈출 수가 없다. 앞서 언급한 많은 작가 님들의 필력과 인기도 그리고 브런치 메인의 노출 빈도를 따라갈 수 없으니 다작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독자분들로 하여금 <장애인도 멘틀적으로 모자라지 않다>, <보통의 존재다>라는 걸 알리고 싶은 과욕이 어쩌면 작가라면 최고의 목표인 출판보다도 더 한 것 같다. 솔직히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이 과연, 아니 내 인생 자체가 ‘나를 위해 사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글 쓰는 일이야 물론 뇌리를 벗어나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일이긴 하지만 달리 보면 글의 목적은 종류가 무엇이든 독자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써 놓고서 조회수를 알기 위해 통계 버튼을 누르는 일이 잦아졌고, 브런치만의 좋아요인 ‘라이킷’과 공유 수를 탐구하며, 온통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내 글의 애티튜드를 보았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늘 도움받아야 하고, 그 때문에 미안해야 하는 삶은 적어도 내 숙명이다. 하지만 글에서만큼은 자유롭고 싶다. 짧든 길든, 비주류든 주류든, 조회수와 반응이 속된 말로 시궁창이어도… 그래서 생애 가운데 책 한 권 내밀지 못해도 글을 쓰는 공간에서 만큼은 나다워지고 싶다.



누가 뭐래도 이미 난 작가이니까…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세상의 모든 필자와 함께 나누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본문에 인용한 영상은 박 원 氏의 노래 나 뮤직비디오입니다. 출처유튜브이고 채널1theK (원더케이)입니다. 글의 몰입을 위해 인용하였으며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이 푸르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