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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an 18. 2019

슬픈 눈물과 이별은 사랑의 필수요소?

tvN 드라마 <남자친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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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필명 이야기로 글을 열어보고자 한다.



러브오브티어스. (영문표기 : LOVEOFTEARS / Love.of.Tears.)  

그렇다. ‘눈물의 사랑’이란 뜻이다. 사실 이건 내 필명일 뿐 아니라 내 닉네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실명을 밝히기 원치 않는 모든 곳에는 이 닉네임을 쓰고 있다. 무언가 평범하지 않고, 누가 봐도 딱 나인 걸 알아챌 수 있을 만한 닉네임을 원했다. 다만 무조건 묵직하고 강인해 보이는 느낌의 구성 말고 약간은 서정적이면서도 남녀 모두 사용할 수 있을 만한 단어의 조합이었으면 했다.



해서 첫 번째로 떠오른 단어가 사랑이다. 한데 사랑이란 단어를 집어넣기로 결심하고 나니 지나치게 진부해 보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금세 딜레마가 찾아왔다. 그러다가 한 만 가지 경우의 수를 고민한 끝에 (어지간히 오버한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 그만큼 신중했다.) 스쳐간 단어는 다름 아닌 눈물이었다.

 


 ‘그래, 사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같이 있는 거라 했지. 그렇다면 눈물도 틀리진 않은 것 같아. 왜냐면 사랑 때문에 기쁘거나 슬프거나 전부 눈물과 함께잖아.’라는 생각이 들더라. 사랑이 곧 눈물이고, 눈물 또한 사랑의 일부이니, 그렇게 눈물의 사랑이 된 것.



또 하나 고백하자면 사실 이 닉네임의 시작은 스타크래프트: 브루드 워배틀넷 ID였는데, 막상 만들기를 시도하니 이미 존재한다고 나오더라. 그렇다고 허무하게 이제 와서 지난했던 나와의 머릿싸움 끝에 결정한 결과물을 버릴 수 없었다. 무언가 수단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든 나는 단어와 단어 사이에 점(.)을 찍어 버렸다. 굳이 이 점(.)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자면 ‘사랑해’.



(Love.of.Tears. =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눈물 사이에는 언제나 ‘사랑해’란 말이 존재한다) 캬~! 꿈보다 해몽… 그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 준 닉네임은 어느새 또 다른 내가 됐다. 오래전에 누군가는 우울해 보인다며 바꾸길 권하기도 했지만 이젠 정말 그럴 의사가 전혀 없다.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대표 이미지. 출처 = tvN 공식 홈페이지. Copyright (C) CJ ENM All Rights Reserved.



그러면 닉네임을 지은 후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요즘 내 생각은 어떨까?



내 경우를 투영해 보자면 여전히 그런 것 같긴 한데 또 한편으론 사랑한다고 해서 굳이 이별과 눈물의 맛을 봐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도 있다. 특히 이번 주 방영한 드라마 <남자친구> 13, 14회를 시청하고 나서는 더욱 그 생각이 진해졌다.



Ⅰ. 두 사람은 이미 많은 산을 올랐다

무슨 드라마 갖고 그러느냐 할 수도 있지만 원래 사람 사는 게 드라마 같기도 하고, 세상살이에 약간의 픽션을 첨가하는 게 곧 드라마이므로 그렇게 큰 무리는 아니리라.



평범한 남자 김진혁(박보검 분)과 세간의 이목을 한 몸에 받는 여자 차수현(송혜교 분)은 보통의 상황이었다면 만날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의 첫 만남이 직장이 아닌 쿠바였다는 점도 간과하면 안 되겠지만 설사 서로 마주쳤다고 해도 옷깃만 스치고 말았을 인연 그 이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뭐, 남녀가 서로에게 반하는 시간이 불과 3초라는 찰나라고 하니까 감안해서 첫인상에 반했다 치자. 그 사람이 뭐하는 사람인지 어떤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인지 묻고 답하다 보면 자신의 타입이 맞는지 아닌지 여느 남자나 여자는 금세 깨닫는다.



한데 두 사람 사이에는 ‘여지’가 주어졌다. 서로 알아가고 싶은 여지, 헤어지기 싫은 미련의 여지. 그리고 이 모든 걸 다 드러내고도 다시 만나고픈 여지 말이다. 실은 코드가 맞네 느낌이 오네 하는 것들은 전부 다 이런 여지에 달렸다. 둘의 간절함에 신이 감동하셨는지 놀랍게도 재회할 여지를 주셨다. 그리고 그 후에도 둘의 역사는 이어졌다.



차수현의 유명세에 새우등 터진 김진혁은 숨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메가급 호텔 대표의 스캔들은 사내 직원들에게도 이슈화 됐다. 이대로 가다간 수장이 바뀔 만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김진혁은 차수현의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스캔들 속 남자가 자신임을 공표한다. 나는 이 장면이 더할 나위 없이 비현실적인 장면이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이것만으로도 게임 오버 아닌가.



뿐만 아니라 수현의 前 시댁이었던 태경 家에서도 훼방을 놓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다. 오죽하면 수현의 부친인 차종현(문성근 분)도 딸의 인생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할까. 수현의 운전기사이자 멘토인 남명식(고창석 분)은 또 어떤가. 진혁과 수현 사이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만일 그가 아니었다면 둘의 연이 어떻게 끝났을지 모를 일이다.



Ⅱ.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여태까지의 흐름으로 보아 두 사람은 절대 헤어질 리 없었다. 갓 꼰 줄처럼 단단했고, 호박엿처럼 끈끈했고,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닭가슴살처럼 퍽퍽했으니까…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면 신의 개입이 있으셔야만 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두 사람의 만남에 방해꾼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진혁의 모친인 주연자(백지원 분).



하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없진 않다. 주연자는 진혁이 수현과 스캔들에 얽혔을 때부터 걱정했었다. 살아온 배경이 너무 다른 사람끼리 만나다 보면 언젠가 두 사람 중 한 명은 상처 받기 마련이고, 그게 아들인 진혁이 될까 봐 하는 걱정이다. 부모로서 우려할 수 있는 당연한 영역이니 인지상정으로 여기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수현은 자신에게 해가 될 걸 알면서도 태경의 집안 행사에 불참하면서까지 진혁의 집으로 향했다. 이쯤 되면 둘의 믿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고 고마워할 만 한데 주연자는 오히려 반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자녀들 취직 요청이나 대표 덕으로 입사했다고 말하는 몰상식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단 이유로 수현을 찾아가 진혁과 헤어져달라고 눈물로 간청한다?



상식적으론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반대를 하려면 좀 진즉에 했어야 했다. 남편마저 아들의 관계를 염려할 때, 아들에게 물었어야 했고 이야기 또한 들었어야 했다. 남편은 의심을 거두고 믿어주는 것도 모자라 응원하고 있을 시점에 이제 와서 그러면 어쩌라는 건지. 종영을 2회 남겨둔 시점에서 수현이 흘려야 했던 눈물은 측은하기는 했지만 공감은 되지 않았다. 다만 그건 수현의 탓이 아니라 진혁 엄마 탓이다. 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슬픔의 눈물을 적게 흘리고도 이루어지는 사랑도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았을 걸… 안타깝다.



난 ‘사랑’이란 단어를 체득하고 나서부터는 줄곧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눈물과 공존한다고 믿었다. 바라기는 드라마 속 결실을 맺어가는 진혁과 수현의 사랑은 물론, 현실 속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 가운데 행복한 눈물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본문 이미지는 tvN 드라마 <남자친구>의 대표 이미지이며 출처는 tvN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 CJ ENM에 있음을 밝힙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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