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Jan 30. 2019

王, 政治, 세레나데…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 ①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대표 이미지. 출처 = tvN 공식 홈페이지. Copyright (C) CJ ENM All Rights Reserved.



한 번쯤은 누구나 꿈꾼다.



날 때부터 대단한 사람.



그러다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기대치를 약간 낮추게 된다. 자고 일어나니 대박인 상황. 일확천금, 일약 스타 같은 것이 모두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존재조차 모르던 사람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사람들로 하여금 존경과 동경이 가득한 시선을 받는다면… 필시 기분은 ‘째지게’ 좋을 것이다.



한데 그 정도가 주목을 받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절대권력을 가진 한 나라의 원수가 된다면 이건 또 어떤 기분일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가상현실로 나마 처음 목도한 때가 아마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Masquerade, 2012)가 개봉했던 그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배우 이병헌이 가진 커리어와 명성이 왜 대단한지 알 수 있는 작품 아니었나 싶을 정도의 영화라고 평하고 싶다. 많은 세월이 흘러 케이블 TV로 전파를 타게 됐을 때도 광해, 왕이 된 남자가 눈에 들기만 하면, 몇 번을 반복해서 볼 정도였으니.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훌륭한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 아쉬웠던 점은 있었다. 진짜 광해보다 가짜 광해가 많은 이들이 보기에 더 평화로운 국정운영을 했음은 물론이요, 주위 사람에게도 신분 고저에 상관없이 이치에 맞게 잘하였는데 그가 운영하는 나라가 어느 정도로 좋아지는지 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마음이 내내 한켠에 자리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에서의 아쉬움과 목마름을 달래줄 드라마 한 편이 찾아왔다. 그 드라마는 바로 tvN 왕이 된 남자다. 솔직히 말하면 타이틀만 보고 바로 영화를 떠올렸고, 기껏 해야 영화에서 비친 몇 가지 사건들을 토대로 고무줄처럼 늘리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분명 또 다른 매력이 있다.



一. 확실히 영화보다는 디테일하다

한 편의 영화보다 편 수도 그렇고, 그에 따른 시간 또한 상대적으로 많아서인지는 몰라도 진짜 왕 이헌의 난폭함과 가짜 왕 하선의 선함, 즉 각자의 인생이 잘 그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이헌의 악과 하선의 선이 극의 특성상 동일인물로 그려져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연기력으로는 이병헌의 광해가 겹쳐 보일 게 당연했다. 그러나 그건 단지 기우였을 뿐이었다는 걸 배우 여진구가 여실히 보여줬다.



극은 둘의 인생을 잘 표현한 것에서 머물지 않고, 어떻게 천한 광대가 왕의 자리에 올랐으며, 또 그렇게 되기까지 조력자들의 손길이 얼마나 바삐 움직였는가를 알려준다.



그리고 정반대 성향의 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며, 엉뚱하게도 인간의 다중인격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二. 선한 왕 vs 악의 세력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가운데서는 선인과 악인을 나누는 것이 참 우매한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격은 모두 선과 악을 가지고 있으며, 구태여 선과 악을 억지로 나눈다고 해도 다 개인의 주관일 뿐, 그것이 절대적인 잣대는 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런 현실이 고스란히 투영되면 좋지 않아서인지 드라마에선 늘 명확하게 선과 악을 나누고, 그 기질을 끝까지 부여한다. 이 드라마 역시 피해 갈 수는 없다.



이헌과 대비(장영남 분)의 명을 따르는 사람은 악인, 하선을 아끼거나 명을 따르는 사람은 선인으로 구분 지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하선이 선한 마음으로 올바른 정책을 펴고자 할 때는 언제나 쥐도 새도 모르는 새에 악인들이 술수를 꾸민다. 특히 이 드라마에선 좌의정 자리에 있는 신치수(권해효 분)가 악인의 우두머리급인데 신치수를 옹호하고 따르는 세력들에 맞서 아직까지 여러모로 서툰 부분이 많은 하선이 어떤 방식으로 대립해 나갈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경우에 악이 선의 머리 위에서 있으면서 깐족대는 상황이 연출되는데 그리 되면,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견뎌야 하는 건 오롯이 시청자의 몫 아닌가. 어허~ 답답한지고.



三.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좋은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늘 하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늘 자신의 이익만을 먼저 구하게 된다.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유익보다 국가의 유익, 그리고 국민의 유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온당하다. 하선은 비록 아직까지 겉으로는 용포가 썩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닐지언정 그의 내면은 이미 태평성대를 이룰 자질이 흘러넘친다. 오죽하면 자신을 가르쳤던 도승지 이규(김상경 분) 앞에서 자신의 잇속만을 챙기는 자들의 만행이 잘못됐다며 두 눈 크게 뜨고 소리쳤겠는가. 이 얼마나 멋진 지도자의 모습인가. 나는 현재 위정자들의 잘잘못은 차치하고서라도 정치인으로서 생각의 우선순위만큼은 늘 국가와 국민이기를 바란다.

 


四. 사랑, 금지된 사랑…

한국 드라마에 러브라인이 없으면 섭섭하다. 어쩌면 이런 감정 때문에 ‘지겨울 수도 있는 사랑타령’이 장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그냥 사랑이 아니다. 세상 전체가 만류할 금지된 사랑이다. 만일 하선이 이헌의 역할을 대신하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도 없었을 인연.



천한 광대가 중전인 유소운(이세영 분)과 마주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뿐만 아니라 분명 같은 모습의 지아비이거늘 냉소적이며 앞뒤 재지 않는 전형적 폭군의 모습을 한 이헌과는 달리 부드럽고 상냥하며 인정 많은 하선에게 소운 역시 빠지게 된다. 현상적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게 없으나 실체를 알게 되면 필시 새드 엔딩을 맞게 될 터.



마치 둘 간의 비극을 암시라도 하듯 잔잔하고 처연하게 흐르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얄궂기까지 하다. 사극에 클래식이라니 뭔가 언밸런스해 보이지만 드라마 버전으로 편곡된 피아노 선율은 극에 고스란히 녹아든다. 향후에 슬픔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등장하는 것이 꽤나 당연해 보이지만 그래도 결국엔 하선과 소운의 사랑이 좋은 결실을 맺길…



세레나데 피아노 연주는 OST Part.2 3번과 4번 트랙에 수록되었다.  



오랜만에 <나의 아저씨> 급 웰메이드 드라마가 나온 것 같아 기쁘다.



終   



본문 이미지는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의 대표 이미지이며 출처tvN 공식 홈페이지이고 저작권 CJ ENM있음을 밝힙니다. 더불어 해당 글을 향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본문에 실린 이미지를 사용하진 않습니다.



관련 글

더 이상 이헌의 공백은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슬픈 눈물과 이별은 사랑의 필수요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