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허락해 주시기를
봄의 기운은 아직
한가운데 있지만
여름의 열기가
한 걸음씩 다가온다
봄의 생기와
동시에 몰리는 헛헛함 때문인지
아님, 끼어들 자리 구분 못하는
범상찮은 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밀려오는 갈증을
막아야만 했다
미지근한 온도로는
도저히 진정시킬 수 없는
중구난방 날뛰는
갈증의 앙탈에
냉각수를 가동시켰다
몇 분이나 흘렀을까
금세 서늘한 온도의
물이 콸콸 흘러내렸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벌컥벌컥!
이상하리만치 어울렸다
봄날의 냉각수가 말이다
마침내 갈증의 앙탈은
끝이 났고
물의 온도처럼
내 가슴도 냉각되었다
이렇게 온도의 고저는
간사하게 느껴질 만큼 쉬 해결되는데
왜 사람에게만은
아니 사랑에게만은
냉각이 어려운 걸까
시간의 흐름에 맡겨서
마음만 먹으면
냉담해지는
심장의 신비로운 현상은
왜 이뤄지지 않는 걸까
부디, 과거의 열기
아니… 그보단 식어버린
미련한 따뜻함을
오롯이 안고 사는 영혼에게도
마치 정수기의
냉각 능력처럼
기적 같은 상황을
허락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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