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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Dec 20. 2019

프로레슬링의 본질을 훼손한 ‘더 핀드’

프로레슬링 칼럼 17

TLC 시청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브레이 와이엇. ⓒ WWE



윈덤 로런스 로턴다 / 브레이 와이엇 (Windham Lawrence Rotunda / Bray Wyatt)



올드 레슬링 팬이라면 ‘아하’하고 무릎을 칠 “밀리언 달러맨” 테드 디비아시의 단짝이었던 IRS의 아들이자 보 댈러스의 친형이기도 한 인물. 그는 WWE 내에선 당시, WWE만의 오디션이라고 할 수 있는 NXT[1] 시즌 2에서 얼굴을 알렸다. 기억이 맞다면 NXT를 거쳐 웨이드 배럿을 주축으로 한 거대 스테이블 넥서스(Nexus)의 멤버로 있었으나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넥서스 멤버이던 시절 이전에 그의 행보는 잘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바로 조금 전에 얘기했듯이 넥서스에서의 그의 활약은 미비했다. 아버지인 IRS가 보인 기믹처럼 필요에 따라 여러 사람들과 어울렸다가 금세 절교해 버리는 것이 아닌 과묵하고 진지한 진짜 악인 같은 그런 역할은 기대하기 힘든 건가 싶을 정도였으니까         



■ 절치부심(切齒腐心) 

로런스 로턴다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가 있다면 그건 아마 절치부심일 것이다. 브레이 와이엇이라는 캐릭터로 그간의 설움을 완벽히 날려버렸다. 그의 첫 오컬트 기믹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자연과 벗이 되고 동화되는 독보적 비주얼에다 뛰어난 말주변이 한몫했다. 기분 탓인지 아니면 신비감 때문인지는 몰라도 언더테이커와 같이 이동에 자유롭고, 번개를 자유자재로 부리는 등 공통분모를 가졌다. 하지만 분명히 테이커의 그것과는 차이가 많았다. 브레이 와이엇으로서의 행보는 그야말로 누구도 막지 못할 막강함을 바탕으로 악역으로서의 정점을 찍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와이엇 패밀리를 결성하고 명실상부 최고의 스테이블로 거듭난다. 이전에 그가 속했던 넥서스가 선사한 ‘다수가 주는 공포’와는 또 달랐다. 정의의 사냥개였던 쉴드만이 그들의 유일한 대항마였으니 말 다했다. 물론 후에는 그 두 팀 간의 대립이 너무 잦은 이유로 진부하기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shhh! lol



■ 빈스 맥맨의 변심(變心) 

브레이와 에릭 로완, 루크 하퍼의 시너지는 놀랍도록 대단했지만 레슬링 비즈니스가 언제나 그렇듯 특정 개인 혹은 스테이블이 영원히 푸시를 받을 순 없는 노릇. 하지만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 있다. 쉴드와 와이엇 패밀리가 팀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할 무렵. (고백하건대 약간 지루하기도 했긴 하지만) 웬일인지 빈스 맥맨은 와이엇 패밀리와 쉴드의 구성원들을 뿔뿔이 흩어 놓았다. 해서 한쪽은 세스 롤린스의 배신 / 다른 한쪽은 대니얼 브라이언의 와이엇 패밀리 탈퇴를 기점으로 그 세력을 약화시켰다. 다 결과론적 이야기이지만 빈스의 결심… 아니 변심은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했다.



브레이 역시 싱글 레슬러로서 기존 기믹을 그대로 유지한 채 활동을 이어갔지만 아무래도 이전만큼은 못했다. 그 증거로 언더테이커에게 별 저항도 하지 못하고 겁에 질린 듯한 모습만 보인 채 싱겁게 패배했고, 워큰 맷 하디와 함께 대립과 동맹을 오가면서 반등을 노렸으나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정말이지 브레이 와이엇의 생명력은 여기가 끝인가 보다 했다.   



▲인간과 악마의 이중인격. ⓒ WWE



■ 또 다른 여정, The Fiend

브레이의 지난 여정이 그렇게 끝나고 점점 쇼에서 뜸해질 때쯤, 이런 소문이 들려왔다. 그가 새로운 기믹을 준비 중에 있으며, 이를 완벽히 소화해내기 위해 언더테이커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 소문의 진위여부는 파악하기 어려웠으나 테이커가 WWE 백스테이지의 최고 멘토임을 고려하면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랐다.



Ⅰ.  Firefly Funhouse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선역인가 싶었다. 실제로 브레이 와이엇 관련해서 조금만 검색해 보면 해당 세그먼트를 시청하는 아기들의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영어의 리스닝과 스피킹 모두 유창하지 않으므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당연하게도 아이들에게 권유할 내용은 아니다. 이중인격을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기존의 그것보다 더 깊은(?) 오컬트를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를 일이다.



Ⅱ.  The Fiend

파이어플라이 펀하우스와 핀드의 설정은 엄밀하게는 일치한다. 단지 전자는 악이라는 매개를 유아적인 틀에 넣어 감춘 것이고 핀드는 그 본색을 드러낸 결과물이랄까. 잘 모르겠다. 아무튼 현재 브레이의 캐릭터는 이 둘을 오간다. 다만 문제가 있다. 핀드는 모든 공격에 ‘면역’ 판정을 받는다. 실제로 금년에 열린 헬 인 어 셀에선 세스 롤린스를 상대했는데 세스의 상징 기술이자 피니시 무브인 커브 스톰프를 무려 10번 넘게 무시해 버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정확하게는 16번인 것으로 안다.



▲16번 가량의 커브 스톰프를 고스란히 씹어먹는 무적 기믹. ⓒ WWE



프로레슬링에서 피니시 무브는 팬들로 하여금 한 개인을 각인시키는 중요한 재료다. 프로레슬링이 스포테인먼트임을 감안하면, 아무리 약해 보이는 피니시라고 해도 여러 차례 당했다면 패배해야 맞을 터. 계속해서 킥 아웃하는 것프로레슬링의 본질을 훼손했을 뿐 아니라 흡사 공포영화 연출을 하려는 어쭙잖은 의도이다. 또한 팬들을 우습게 보는 행위이기도 하고 말이다. 



Ⅲ.  Red Paper? Blue Paper?  Red…

뒤늦게 고백하지만 난 핀드를 싫어한다. 솔직히는 이전 기믹도 탐탁지 않았지만 핀드로서는 긍정적 점수를 주기 힘들다. 그 이유로는 역겨운 가면, 말도 안 되는 무적 기믹, 그리고 눈이 아픈 새빨간 조명이다. 하다 못해 언더테이커도 경기시엔 조명을 원래대로 변경한다. 경기 내내 붉은 조명으로 일관하는 것은 선수들에게나 심판진, 그리고 관중들과 중계진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오죽하면 브레이 와이엇 본인도 컴플레인을 걸고 싶다 할 정도일까.  



물론, 핀드 같은 기믹은 한 번의 패배가 귀하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는 빠른 패배가 WWE에겐 약이 될 것 같다. 빈스 맥맨은 지난 레슬매니아 30에서 언더테이커의 패배가 어떤 반응을 낳았는지 생각하고, 이를 반면교사 해야 한다. 대기록도 끊어낼 만큼의 미친 담력이라면 핀드의 패배야 아무것도 아니다. WWE는 스포츠를 접목한 쇼이자 드라마이지 불멸의 악마를 담은 호러 무비가 아니다.  



[1] 당시의 NXT는 신예를 양성하고 데뷔시키는 일종의 오디션 형태로 운영했으며 그의 걸맞게(?) 멘토 & 멘티 역시 존재했었다. 현재의 NXT 역시 신예•이적 선수들을 위한 등용문인 것은 맞으나 과거의 형태를 과감히 버리고 하나의 쇼로서 자리매김시켰다. 퀄리티는 스맥다운과 RAW. 양대 브랜드와 대등하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 여기까지 한다.         



[본 칼럼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wwe.com으로, 사진 이미지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WWE에 있습니다. 영리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It is not used for Profit. Image Courtesy of © WWE. All Rights Reserved.



 이 글은 PgR21.com, Wmania.net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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