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 치기
애초에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건 것은
계란의 탓이지만
그래도 그 무모함에서 비롯된
용기는 칭찬해 줘야 할 터
그런데 꼭, 둘 간의 싸움
승자가 반드시 바위란 보장이 있을까
계란의 생명은
무자비한 돌진으로
비참하게 사그라진다지만
몇 분도 안 되는 찰나의
결투 끝에 바위가 얻게 될 영광은
뒤엉키고 짓이겨진 노른자와 흰자 자국뿐
얼룩은 곧, 약자를 괴롭힌 증거가 되어
다른 바위 동료들과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끌끌 차일 만한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며
그 소리가 시끄러워
씻어내려 암만 애를 태워 봐야
바위뿐인 주제에, 씻지를 못하니
그저 애먼 하늘만
고독스레 바라보고 한숨만 푹푹
세월만 축내지 않겠는가
작가의 말
살다 보니, 비록 계란 같은 존재가 됐으나 그 신세 면할 수 없거든 바위 위에 흔적일랑 남겨 보련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