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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Jan 14. 2020

계란으로 바위 치기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애초에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건 것은

계란의 탓이지만



그래도 그 무모함에서 비롯된

용기는 칭찬해 줘야 할 터



그런데 꼭, 둘 간의 싸움

승자가 반드시 바위란 보장이 있을까



계란의 생명은

무자비한 돌진으로

비참하게 사그라진다지만   



몇 분도 안 되는 찰나의

결투 끝에 바위가 얻게 될 영광은

뒤엉키고 짓이겨진 노른자와 흰자 자국뿐



얼룩은 곧, 약자를 괴롭힌 증거가 되어

다른 바위 동료들과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끌끌 차일 만한

조롱의 대상이 될 것이며



그 소리가 시끄러워

씻어내려 암만 애를 태워 봐야

바위뿐인 주제에, 씻지를 못하니



그저 애먼 하늘만

고독스레 바라보고 한숨만 푹푹

세월만 축내지 않겠는가


 

작가의 말
살다 보니, 비록 계란 같은 존재가 됐으나 그 신세 면할 수 없거든 바위 위에 흔적일랑 남겨 보련다!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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