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OFTEARS Feb 25. 2020

사랑한다 친구야

15년째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내 친구야.

엊그제가 네가 떠난 지 15주기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언제까지 청승이냐 할 것 같아 차마 말을 못 꺼내겠다. 심지어 동창 중 아무도 내게 네 이야기를 꺼내는 놈들이 없으니 회자하기에도 그렇고. 해서 이렇게 연습장과도 같은 이곳에 글을 남긴다. 뭐, 동기 놈들이야 이해하는 게 쪼끄만 놈들이 그래도 컸다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애까지 낳아서 제 살길 찾아가느라 어쩔 수 없지 않겠니.



어때? 그래도 나 밖에 없지? 네가 봐서 알겠지만 나도 바쁜 몸이야. 워라벨 지키랴, 가족과 평화하랴, 지인들과 연 끊기지 않으려 시답지 않은 인사 하랴. 나도 바쁘다고. 근데 이렇게 시간 내서 너한테 편지 보내주지 않냐. 복인 줄 알아. 인마!



벌써 15주년이라니 믿기지가 않아. 새파랗게 어려서 객기밖에는 없던 까까머리 소년이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 제법 어른 티를 내려고 하다니 말이야. 22살에 네가 그렇게 주님의 부르심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도 우린 그때 같을까. 시시한 대화에 신세타령이나 해대다가 꿀꿀해지는 분위기가 싫어 게임이나 때리던 그때처럼 말이야.



게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포트리스 2는 여태 있고, 얼마 전엔 코만도스 2 리마스터가 나왔어. 그래, 네가 나한테 되게 못한다고 꾸짖던 그 게임 말이야. 코만도스가 나온다는 소식에 다른 건 제쳐두고, 네가 번뜩 떠올라서 찜 목록에 넣어뒀다가 ‘어차피 잘하지도 못할   새끼가, “ 아직도 못하냐.”라고 하겠지’ 하는 생각이 총알처럼 스치기에 다시 지웠어 ㅋㅋ



뿐만 아니라 워크래프트 III도 리마스터로 출시했어.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참혹했지만, 우리 같이 게임하던 그때. 나의 오크가 네 나이트엘프에게 농락당하던 시절이 떠올라 한참을 웃었다고. 코만도스 2도 워크래프트 III도 너한테 질 때마다 스타크래프트만 할 줄 아는 놈이라고 비웃던 네가 아직도 생생해. 아직도 내 삶 속엔 너와 함께한 흔적들이 이따금씩 튀어나와.



네가 천국에 가고 4년 뒤인가 5년 뒤인가 한 번은 네 작은 누나가 메신저로 말을 걸더라. 꼭 이맘때였던 것 같아. 그때 누나가 이렇게 묻더라고… 네가 정말 그랬냐고. 자긴 친동생이면서도 그런 면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말이야. 그러기에 이야기해 줬지. 누나한테 너에 대해 해 줄 말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넌 나한테 그런 친구야.

그곳에선 아픔도, 슬픔도 없지? 없는 거 맞지? 하나님 앞에서 맘껏 어리광도 부리고 평안을 즐기렴.



22살 때 철없이 객기 부렸던 젊음의 피처럼… 때로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칠 정도로 합리적이었던 당시의 너 그대로… 그렇게 평생을 살렴.



사랑한다. 친구야.

물론 가족보다는 아니고, 지금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보단 아니지만(^^) 학창 시절 제일이었던 친구 하면, 주저 않고 너야. 우리 멀지 않은 그 시간에 만나자! 그땐 나도 너의 지금처럼 걸음을 뗄 테니 원 없이 한없는 천국 땅을 함께 밟으며, 담소나 나누자고…



본문 이미지는 “Pixabay”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