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있어 다행이다
요즘 같이, 전염병이 온 땅에 창궐해서
옴짝달싹 못할 때
따뜻한 믹스커피가 있어서 다행이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
여지라고는 눈 씻고 찾을 수 없는
자비 없는 열기
그 안에서 서로 뒤엉켜 녹아내리는
커피와 설탕 프림의 몸짓은
마치, 한 편의 댄스 음악 같아서
눈 요깃거리를 선사하지
한참을 그렇게
셋의 합동 공연을 지켜보다가
이내 한 모금 마시면
새로운 하루와 벗 삼을 용기를 주고
간밤에 취했던 고단함에
안녕을 고하게 해 줘
차분한 클래식 선율은
나를 젖게 하지만
가슴속 온기는 주지 않는데
커피가 있어 다행이다
비 오는 날에 창밖 바라보면
시끄러운 전역 아랑곳 않고
묵묵히 나풀대는 나뭇잎을 보게 돼
항체 같은 건 신경 안 쓰고
자기 갈 길 가는 나무 녀석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지만
별 시답잖은 생각 들 때마다
날 다시, 현실로 소환시켜 주는
고마운 커피
커피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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