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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의 팬이 되고, 내가 당신의 팬이 되었다면

지금 당신은 과연,

by LOVEOFTEARS
steve-halama-BWJza5GwDZk-unsplash.jpg Photo by Steve Halama on Unsplash



누군가의 팬이 되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사람이 어느 분야에 있든 잘해주기를. 이왕이면 정상의 자리에서 롱런해주기를. 그리고 그의 인기가 조금 식어 대중에 관심에서 멀어져도 끝까지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게 되면, 그땐 되레 그 사람이 나를 바라봐주기를 하는 욕심도 부려본다.




뿐만 아니라 그와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에서는 내 움직임이나 채팅, 댓글에 반응해 줬으면 한다. 심지어 누군가는 그저 점(.)만이라도 찍어주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 실제로 내가 본 댓글이고, 그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팬이란, 어떤 사람이나 어떤 것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존재이고, 그 대상이 사람이라면 그가 하는 모든 행위를 사랑하게 된다. 하물며 그것이 우스꽝스러운 몸짓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대한 사랑의 자세는, 상대를 조건 없이 따르는 팬의 모습과 같아 보인다...




풋풋함이란 단어를 쓰는 이유가 단지 당시의 어리숙함을 가리우기 위한 편법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첫사랑의 시간은, 과거에도 이 매거진을 통해 쓴 기억이 나는데 분명 내가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거듭되는 마주침은 뭔가 의도적이었다. 친구가 있었다곤 하지만, 꼭 끝엔 나를 거쳐갔다. 그녀가 놓은 기분 좋은 덫이었다.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아니 굳이 가장할 필요도 없는 마주침의 시간을 만남으로 지속시키고픈 욕심이 있었다. 때문에 나는 기꺼이 그 덫에 스스로 걸려들었다.



꽤나 긴 시간이었고, 또 내 깐엔 꽤나 진지했던 그 시간을 일방적으로 끝내려고 한 그녀가 너무 미웠다. 없는 자신감까지 마구 솟아 내 온몸에 부여되어 곳곳에 스며들었던 지난날의 시작과는 달리, 없는 잘못까지 이끌어 내어 용서받으므로 잡고 싶었던 끝은 정말 참담했다.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 자체로서 당당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가능하다면 통째로 지워 버리고 싶을 만큼 암울했던 날들을 보내기도 했다가, 어느 순간엔가는 꼭 지난날에 대한 보상이라도 허락하는 듯 한 편의 단편영화 같은 꿈같은 시간 또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에는 상대의 반응이 두렵지 않았다. 그 반응 역시 그녀 자체였으니까.



사랑은 그렇게 총알 자국과도 같은 상처와 더불어 빙결과 화염에도 부러지거나 부서지지 않을 내성을 주었다.



그리고 그즈음… 마침내 사랑의 완성을 마주했다. 감히 완성이라 일컬음은 내가 무슨 갑자기 큰 깨달음을 얻어서 그리 된 게 아니라 상대가 나를 완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통해 나는, 진짜 사랑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엿보았다. 해서 놓치지 않으려 소중히 감쌌다. 사랑이란 소유도 아니고, 더구나 내 유익 따위는 구치 않는 것이기에 조심스러웠으며, 그 때문인가 눈에 두고 보기에도 아까웠다. 내 행동 하나, 숨결 한 음절이 훼손시킬 것만 같았으니까.



이는 마치, 팬이 누군가를 선망하고 열광하는 그런 감정이었다. 어찌 보면 지난 시간들보다 더 퇴보했을 수도, 또 일보 진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역사를 써 내려갈 순 없다 할지라도 그때 찾아온 행운은 내 일생에서 지울 수 없음은 분명하다. 허니, 퇴보와 진전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두고 보기에도 아까웠던 그 사람이 내 호흡의 쉼이라는 점을 찍어주었듯 나도 그 사람에게 쉼이 돼 주고 싶었고, 내 행동 하나하나의 주목을 해서 기쁨 한 조각이 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며, 내 이름 세 글자를 친한 제 친구 이름 대듯 가벼이 불러도, 그 소리에 취해 미칠 듯한 행복을 누렸을 텐데…



지금도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 본다.

당신이 나의 팬이 되고, 내가 당신의 팬이 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지금 당신은 과연, 나만을 통해 세상에 잉태되는 여러 글들을 사랑하고 있을까.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Photo by Steve Hala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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