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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Oct 14. 2020

탄생, 생일, 그리고 삶

생일을 조금 일찍 정리하며

Photo by Diogo Sousa on Unsplash



사람들은 보통, 탄생에 신비가 있다고들 한다. 맞는 이야기다. 왜 그리고 어째서 수많은 경쟁률을 뚫고 한 생명이 이 땅 위에 태어났는가 하는 것은 무슨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직 누군가의 아비가 되어 보지 못해서 생기는 미련함 때문일지는 몰라도, 탄생은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인의 고됨의 산물 아닌가 하고 느낄 정도로 생명의 신비가 막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심지어 창조론을 믿으며, 그 창조가 무수한 계획 아래 이뤄진 하나님의 능력인 것을 믿으면서도 말이다. 미련의 극치다. ㅡ.ㅡ



그런데 이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던 연유라면 아마 나라는 존재 때문일 것이다. 나 때문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희생을 했다. 첫째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이 나를 위해 죄 없이 돌아가신 것… 



둘째는, 나를 나 되게 키워주신 부모님의 고생이다. 단순히 감정을 고조시키려는 입에 발린 말이 아니고, 절망적 신파도 아닌 진실이며 진심이다. 



셋째는, 나의 신체 때문에 고초를 겪었어야 했을 형제의 희생이 존재했으며, 



넷째는, 나를 알고 지낸단 이유로 투자돼야 했던 지인들의 시간들이다. 



그렇다. 길게 쓰긴 했지만, 네 가지 전부 희생이란 한 단어로 오롯이 설명된다. 나의 나 됨 되기 위해 이렇게 수많은 헌신이 있었는데, 정작 나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이러니, 탄생은 그저, ‘고생의 결과물’이라고… 또, ‘평생 책임의 의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감사와 면구스러움으로 매 순간을 보내며, 그것이 하루 이틀이 되었고, 한 달과 일 년이 돼서 결국 적지 않은 날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또 한 번의 생일을 맞는다. 어릴 적에 진하게 염원했던 케이크와 촛불, 생일 축하 노래와 변신 로봇이 가득한 선물 꾸러미 등은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



다만 이젠 그것보다 더 값진 축하 세례와 정성스러운 음식, 그리고 여러 곳에서 들려오는 선한 말씨들이 있다. 생일을 맞아 좋은 것은, 오롯이 내게만 쏟아지는 사람들의 선한 집중과 축하인 것 같다. 오늘만 해도 내 카톡은 그야말로 열 일하고 있고, 그 안에는 생각지도 않은 서프라이즈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아직도 오늘이 6시간이나 더 남았다는 것. 으헤헤헤~~



도대체 내가 무엇이관대 이다지도 갚지 못할 정성들에 둘러싸인단 말인가. 난 아무것도 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탄생을 지금껏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한 고생쯤으로 여겼다면, 더불어 그 고생의 일환으로 어쩌다가 생긴 존재쯤으로 여겼다면 이 감사를 누릴 수 있었을까 싶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나는, 앞으로 삶에 대해 고민해 본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그리고 세상에서 귀감이 되는 말들을 모두 열거해서 내 안에 집어넣어 봐도 내 안위는 장담 못한다. 그리고 살아내는 것은 사실 자존감 따위로 해결될 게 아니다. 누군가 책임져 주셔야 할 존재... 인간이 아닌 보이지 않는 손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것은 주님이 책임져 주셨다. 그러니 앞으로의 삶도 그분께 의탁드린다.



가깝게는 현재의 코로나 상황도 주님의 선하심으로 해결해주시기를 기도드린다. 해서 깨끗해진 세상이 도래했을 때, 이전부터 오늘까지 받았던 깊고 깊은 정성들을 하나하나씩 갚아나가고 싶다. 비록, 받았던 것보다는 터무니없을지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최소한 1척씩의 배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만의 배 말이다. 그 배는 각각 달라서 어떤 용도와 크기, 속도를 가진 지 여부를 타인은 알 수 없다. 배를 운행하는 데 사용하는 노의 크기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현재에도 각자 고유의 배를 타고 열심히 항해 중이라는 것. 나도 그런데 혹여 지금 당신…, 세상이란 바다 한가운데에서 멈춰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생각의 방향을 조금만 틀어 보자.



바다 한가운데 당신이 당신의 배를 타고 있는 채로 멈춰 있다면, 그것은 도태가 아니라 바다 중앙에 멋지게 정박하고 있다고 생각하자. 쭈글스럽게 한 구석에 배를 대어 놓은 것이 아니라, 잔잔한 물결 가운데 배를 대어 놓았다고 여긴다면, 얼마나 운치 있는가.



작금의 시간은 아마 그럴 것이다. 물론 현실과 상상은 참 동떨어져서 읽는 분에 따라서는 쇼하고 있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ㅋㅋㅋ        

        



본문 이미지는 “Unsplash”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Photo by Diogo Sous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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