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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Feb 27. 2021

그늘도 인생이다

PTL Time #48

Photo by Aslak Sønderland on Pexels



베드로와 야고보 요한은 예수님과 함께 변화산에 올라간다. 산에 올라가 세상을 굽어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황홀함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새로운 세상. 즉, 여태껏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보다 더 좋은 광경은 없을 그런 새로운 세상을 목도한다. 예수님 또한 변화하셔서 사람이 더 이상 희게 빨래하지 못할 정도로 입고 계신 옷이 희어졌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제자들은 그 황홀함 속에서 빠져나오기 싫어 초막을 짓자고 이야기한다. 이는 단순한 환상이거나 꿈이 아니다. 실재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은 직접 보지 못한 천국의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그 상황을 오랜 시간 유지하지 않으시고 거두셨다. 그리고 원래 살던 그 세상과 그 땅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세상은 제자 셋이 조금 전 봤던 광경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질병이 있고, 아픔이 있으며 어둠 또한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지극히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세상 가운데 섰을 때에 그들은 생각건대 후회했을 것이고, 짜증도 났을 테고, 구시렁거렸을 것이다.



그래도 영혼의 영원한 안식처인 천국에 입성하기 전에, 반드시 먼저 살아내야 하는 것이 현생. 바로 이 곳이다. 주님께서 부르시기 전에는 아무도 그곳을 갈 수 없다. 그것이 주님을 믿는 나와 또 많은 크리스천들이 지켜야 할 도리요, 의무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나는 제자들의 마음이 이해된다. 제자 3인처럼 변화산에 올라가 보지도 못한 놈이 까부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그곳의 빛과 이곳의 빛, 그 세기의 차이는 너무나도 크다. 세상의 빛이 아무리 밝다 해도 그 빛은 언제나 꺼지게 마련이고, 도리어 어둠에 잠식될 수도 있다. 깊은 어둠 속에 노출되면, 단 한 걸음 옮기는 것도 어려운 법. 영원한 빛을 만난 3인이 속된 말로 시궁창과 같은 삶을 살아낸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은 살아내라고 말씀하신다. 단순히 숨을 쉬어 연명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신음하는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주님을 전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뿜어내라고 말씀하신다.



정말 어렵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조차 녹록지 않은 가운데에 있는 내가, 그것이 잘 사는 것인지 여부 조차 판가름하기에도 힘든데, 타인을 위해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하는 고민이 늘 있다. 많은 고민들이 있지만, 그리고 미완으로 남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만, 내 삶을 글로 담아내는 것. 혹, 그것이 신앙적이든 비신앙적이든 간에 나의 삶을 드러낼 수 있을 만큼만 잘 드러내는 것. 그것이 내가 현재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을 살아내는 방법 중 하나다.



인터넷을 서핑하던 도중, 이런 문구 하나를 보았다. 그늘도 인생이다라는 말이다. 우리 삶의 여정에는 늘 낮과 밤이 있다. 그 누구도 찬란한 햇살이 가득한 낮만 있는 인생은 없다. 때로는 구름에 등지어 그늘이 지고, 또 그늘이 짙어지면 밤 같은 어둠도 찾아온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는 많은 경우에 그늘과 어둠을 말하기를 꺼려한다. 심지어 믿는 사람들조차도. 그러나 이 세상을 살면서는 언제나 그늘과 어둠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가뜩이나 활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던 내게 이전보다 더한 정체가 있었다. 이전에도 브런치에 올린 여러 글들을 통해 밝히긴 했지만, 나아질 듯 나아지지 않는 이 상황들을 마주하며, 한 번뿐인 인생의 시간표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곧 마흔을 마주하게 되는 짧은 시간을 보냈으면서 과거와 현재까지 품었던 바람이나 또는 인연들을 떠나보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내면에는 천국 소망의 기쁨이 있고, 또한 그것 때문에 살고는 있지만, 마치 변화산을 내려와서 세상길로 재차 갈 때에 처연한 맘이 들 법했던 제자들처럼 그땐 그때고, 지금은 또 지금대로 기깔나게 살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니, 좋아! 기깔나진 않더라도 남들처럼만. 당연히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리면서 살면 어때서 하는 마음들. 또 어차피 코로나19 아니더라도 여전히 제한적인 건 맞는데 최소한의 것만 누릴 수 있게 하시지 하는 생각 때문에 인생이 일생인 것을 자꾸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내겐 근육이 있다.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그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서서히 녹여낼 수 있는 근육, 그리고 정말 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 포기할 줄 아는 근육, 마지막으로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언젠가는 나아질 것을 믿는 근육이 있다. 결국, 이 근육들은 전부 하나님께서 주셨다. 이렇게 냉온탕과도 같은 절망과 소망의 감정을 오르내려도 살아낼 수 있는 건 오직 하나님!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그늘도 인생이다. 그리고 그 그늘은 여전히 내 앞에도 놓였다. 그러나 정돈되지 않는 이런 거칠거칠한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만일, 지금 당신의 삶 역시 그늘 가운데 있다면 그렇다 하더라도 놀라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그건 지극히 정상이니까! 또, 오랜 시간 그리워하던 인연을 재회했을 때에, 주위 전체가 환희로 감싸 지듯이… 당신 가슴에 불현듯 환한 볕이 들면 얼마나 반가울지 한 번 상상해 보라.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는, 제자 세 명이 경험했던 계속 머무르고픈 하나님 계신 천국에 나 또한 가겠지. 그곳에서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쉼과 기쁨을 누려보고 싶다. 하나님과 밤새도록 잠들지 않고 이야기해보고 싶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로지 일대일로만! 시공의 제약 없이… 용변 때문에 이야기의 맥이 끊기는 일도 없이, 함께 걸으면서… 그때까지 잘 지내보고자 한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막 끼적인 터라 앞뒤 문맥이 어색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글만큼은 그대로 두련다!    



Photo by Aslak Sønderland on Pexels     

본문 이미지는 “Pexels”에서 인용하였으며 “cc0 Licence”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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