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은빛의 맑음을 닮은 벗이여
그 맑음에 온갖 것 채워낼 수 있던 이여
그대 떠난 지 열일곱 해
휘몰아치는 세월 풍랑에 놀라는 중이오
채비할 새 없이 물 흐르듯
그렇게 떠난 그대이기에
빽빽이 나누었던 우리의 시간
어딘가에 실려 날아갈까 염려했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기억의 저장소 넓은 한켠에
소실되지 않고 남아있소
되레 갈수록 진해지오
우리의 철없던 날들을 기억하오
끊어지지 않을 법했던 뜨거운 혈기와
무엇에든 대적해도 두렵잖을
그 시절의 풋풋함이 생생하오
이젠, 당시의 무모함 좌우로 흩어졌고
알아주지도 않을 무언의 중압감과
마음의 주름만 늘었으니 우스운 일…
희어지고 줄어드는 머리칼은 덤이오
자각하고, 또 목도할 수밖에 없는
세미한 변화는 매일 몰려들어
무엇이든 무심히 잊히기 마련이지만
이맘때 되면 여전히 그대가 그립소
은빛의 맑음을 닮은 벗이여
그 맑음에 온갖 것 채워낼 수 있던 이여
그대 떠난 지 열일곱 해
6,210일의 흔적과 온기는
지금 이 순간도
그때처럼 동일하오
잘 지내시오
또 봅시다
Photo by felix_merler on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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