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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OFTEARS Oct 12. 2015

One Act Random Kindness

JTBC 뉴스룸에 제보했었던 글

다들 기억하십니까? 2007년에 개봉한 영화 <에반 올마이티>는 언론인이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하고 하원 의원이 된 에반 백스터의 삶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어느 날 신은 에반 곁으로 나타나 그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제안합니다. 마치 성경 창세기 6장 14절에 기록된 것처럼 말이죠.



신이 에반에게 내린 명령은, 그대로 실행하기엔 조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신의 구속에 굴복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런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사실 신의 뜻을 순종하는 것과 인간의 이성(理性) 사이에서 고뇌하는 상황들이 스크린을 통해 비칠 때는 이 영화를 마냥 가볍게 볼 수만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영화를 떠올리며 제가 오늘 주목한 단어는 ‘One Act Random Kindness’입니다.  



저는 불과 며칠 전에 코레일 홈페이지를 방문했다가 이런 안내문을 보게 되었습니다. 정부(식약처)에서 고시한 [의료기기 기준규격]을 초과한 전동휠체어 및 전동스쿠터의 열차 탑승을 제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목격하셨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근래에는 목발과 수동휠체어로 이동하는 인구보다는 전동휠체어나 스쿠터로 이동하는 인구가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렛츠 코레일 홈페이지 화면 캡쳐. 전동 휠체어 옵션을 고르면 나오는 경고문. 윈도우 경고문이 야속하다.   



자동화 보장구는 활동량이 적을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에게 훌륭한 이동수단이 되었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장애인에겐 이동수단이 아니라 발이 되겠죠. 내 발로 하는 이동이 누군가에 의해 제한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다시 영화 <에반 올마이티>로 가볼까요? 영화의 막바지에는 모든 위기가 끝난 뒤에 주인공 에반에게 신이 마지막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은 에반 본인이 하원 선거 당시 내걸었던 슬로건인 <Change The World> 그러니까 세상을 바꾸기 일환이고 방주를 만든 것은 one Act Random Kindness(ARK) 다시 말해 ‘하나의 작은 선행’…이야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선행이라고 한들 특정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편의와 자유를 막는다면 과연 진정한 선행이라고 할 수 있는가와 세상을 바꿀만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은 짙게 남습니다. 보행의 자유가 없는 분들에게 날개가 있을 리는 만무하고, 바퀴 달린 의자에 의지해 기차에 오르는 것뿐인데 말입니다. 오늘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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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JTBC 뉴스룸에 제보했었던 글이다. 이것보다 더 급한 보도자료들이 뒤덮어서 전파를 못 탔지만 묻어두기 아쉬운 글이라 함께 나눈다.



PS. 더 큰 문제는 전동 휠체어가 아닌 전동 스쿠터였다. 아니 애초에 막지를 말아야 했다.



커버 이미지는 영화 <에반 올마이티, 2007年 作>의 스틸 컷이며 ‘네이버 영화’에서 인용하였습니다. 저작권은 해당 영화 제작사에 있습니다.


본문 이미지는 레츠 코레일 홈페이지 캡쳐 스크린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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