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잘하시나요?

죄책감도 없으신가요?

by 뒤틀린

나는 연인에게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을 한 직후부터 그걸 떠올릴 때와 진실이 드러났을 때의 모든 순간 지옥이 되었다.


대답을 하는 중에 나는 말투가 이상해졌고 이후에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입술이 떨리고 숨이 가빠졌다.

차분히 심호흡한 후 나는 진실을 이야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을 알게 된 연인은 그 이후로 영영 나를 잃은 것이다.

진실은 상대방의 화를 일으키고 거짓말은 상대방으로부터 나를 잃는다.



거짓말을 할 때에는 내가 그 거짓말로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잘 몰랐다.

나는 그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말은 즉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든 결국 나의 선택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계속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종종 이런 생각에 사무쳤다.

내가 그때 연인에게 상황을 말했거나 행동을 잘했더라면... 라는 후회

시간이 갈수록 내가 만든 이 거짓말의 영향은 커질 텐데... 라는 걱정

나는 왜 사랑하는 연인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았는가...라는 죄책감

정말 거짓말이란 건 스스로 지옥을 만드는 거구나... 라는 반성


그리고 마음 한 편에 이 고통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인에게 진실을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너무 무서웠다. 화가 나고 신뢰가 깨지는 그 상황이 싫었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흘렀다. 고통은 무뎌지는게 아니라 더 커지기만 했다.


진실을 알게된 연인이 말해준 것 중 이 말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 그 거짓말에 연관된 주변 사람들이 내가 속았다는걸 알면 얼마나 나를 우습게 볼까?

나는 심지어 지금 연인과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말 뼈로 와 닿는 말이다.

그리고는 곧 "사랑하는 연인은 곧 내가 된다고 하던데. 결국, 나 스스로 부끄러운 짓을 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만약 진실을 아는 내 지인과 모르는 연인이 만나게 될 날이 있다면 나는 지인들에게 연인에게 거짓말을 해야 한다는 부탁을 해야겠지. 섬뜩하다.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진실이 들통나는 순간에도 거짓말이 나왔을까?

첫째는 당장 안 좋은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둘째는 부정적인 말을 하고 싶지 않은 본능이다.

이 두 가지가 겹쳐지면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이 순간적으로 나온다.


비흡연구역에서 흡연하고 나오는 길에

만약 경찰이 "혹시 여기서 흡연하셨어요?" 라고 묻는다면 본능에 따라 "아니오"라고 답할 것 같다.

입과 손에서 담배냄새가 진동하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그 아니오는 세상에서 가장 어색할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정말 못한다. 나는 거짓말을 하면 긴장을 한다.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은 그렇듯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난다.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가빠지고 근육이 마비된다. 결국, 들통이 나고만다.

거짓말을 할 때 뻣뻣한 내 모습은 나에게 상처로 남는다. 그 모습 또한 정말 부끄럽다.

떳떳하게 사는게 내 정신건강에 좋다.



왜 신뢰를 깨진다고 표현할까? 만들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며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신뢰는 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준다. 거짓말은 신뢰를 깬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담보로 진실을 알게 될 순간을 만기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또한 이자로 후회, 걱정, 죄책감, 반성을 내야 할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AI 시대에 지식을 다루는 3가지 방법